올해도 어김없이 단기선교 시즌이 다가온다. 단기선교는 성도들을 해외, 혹은 국내 선교에 동참시킴으로 사역의 동역화를 이끌고, 선교에 대한 열정을 고취시켜, 헌신의 기회를 마련한다. 또 선교지 방문을 통해 선교사들의 사역현장을 돌아보고, 선교 비전을 키우는 가교 역할도 감당한다.
단기선교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타 문화권 선교를 경험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비전을 세운다. 또 현지 선교사의 사역에 힘을 불어 넣고, 지역 교회가 부흥의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단기 선교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거나 준비가 미흡할 경우, 때론 현지 선교사에게 짐이 되고 사역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또 지속성 없는 이벤트성 활동, 현지 문화를 고려치 않는 행태, 고비용 저효율의 선교 구조 등이 단기 선교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요구된다.
많은 교회에서 단기 선교를 효과적으로 이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단기선교를 여름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인식하게 되면, 선교 후에도 큰 후회가 남게 된다. 단기 선교에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할 부분은 "선교란 무엇인지, 단기 선교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목표와 철저한 준비다.
이에 시애틀 영락교회(배명헌 목사)의 단기 선교 사례를 통해, 의미 있고 효과적인 단기선교 운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열정만 앞세우기보다 준비된 선교 지향
영락교회는 소위 말하는 작은 교회지만 올해로 10년째 워싱턴주 메다와(Mattawa)지역 멕시코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많은 교회에서 조금은 화려해 보일 수 있는 해외 단기 선교에 눈을 돌릴 때, 영락교회는 인근에 있는 국내 선교부터 시작했다.
메다와 지역은 백인이 0.2% 밖에 되지 않으며, 타인종의 90% 이상이 멕시칸으로 이들 중 대부분이 불법체류자 신분을 가지고 농장 일을 하고 있다. 미국 영토지만 문화나 인구 비율로 보면 멕시코와 다름없는 땅이다. 영락교회는 2004년부터 매년 교회 성도들의 60% 이상이 메다와 지역 단기 선교에 동참하며 히스패닉 선교를 준비해 왔다.
단기 선교는 "선교"다.
많은 교회에서 선교 기획과정 중 봉사 활동 시간에 큰 부분 할당한다. 물론 봉사는 성도들에게 섬김을 깨닫게 하고, 선교지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선교지 사람들이 교회를 봉사활동 단체로 오인하거나, 봉사 활동만을 기대하는데 익숙해져 선교 성과를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영락교회의 단기 선교에는 집 고쳐주기, 의료 사역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것이 교회의 주 사역이 아니다. 교회는 선교 기간 중 현지 어린이들을 위해 VBS를 개설하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호전도(가정방문)를 하며 낮 시간 대부분을 직접 전도에 할애한다. 그렇게 전도된 사람들은 지역교회와 연결시킨다.
선교 기간 중 대부분은 전도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축호 전도를 통해 매년 40가정 이상이 교회에 등록하고 있으며, 한국과 멕시코의 문화를 나누며 전도하는 멕코 데이에는 성인만 연인원 200명 이상이 참석하는 큰 행사로 치러진다.
영락교회의 지속적인 선교를 통해 메타 지역 멕시코 교회는 원래 몇 명 모이지 않는 허름한 교회에서 성도수가 300명으로 늘어났고, 근사한 교회 건물까지 마련하게 됐다. 영락교회가 단기 선교를 이벤트성 '행사'로 진행하지 않고, 지속성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했기에 맺을 수 있었던 열매다.
단기선교 "현지 일정" 이렇게 한다.
<아침 시간 예배와 큐티>
영락교회는 오랜 선교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선교 일정 안에서 사역한다. 우선 기상과 함께 오전 시간에는 세면을 하고 찬양으로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말씀묵상(QT)시간을 갖고 그 묵상을 서로 나눈 뒤 아침식사를 한다. 아침 식사 시간에는 전날 계획한 일정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그날 사역 일정을 확실히 한다.
<낯 시간, 후회 없이 전도하라>
오전 9시 부터 오후 6시까지는 전도에 매진한다. 100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서 청소년들이 9시간 동안 전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훈련된 이들은 선교 기간 중 가장 의미 있는 일로 '전도'를 꼽는다. 청소년들은 단기 선교의 결실과 지역 교회의 성장을 보면서 선교에 동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저녁 말씀 집회, 중보기도, 간증으로 다음 날 사역준비>
선교지에서의 말씀 집회는 단기선교 대원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저녁 시간 성도들은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말씀에 집중하면서, 그날 만난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기 위해 연락처를 정리한다. 또 하루의 사역을 기도로 정리하면서 그날 받은 은혜를 나누고, 내일의 사역을 준비한다.
단기 선교 대원들은 선교지에 도착부터 집으로 출발할 때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사역만을 감당하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 어려움을 감사와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저녁 시간의 말씀 집회와 중보기도 시간이다. 대원들은 하루 동안의 간증 나눔을 가지며 다양한 감사 제목을 갖게 된다.
< "지속 선교" 단기 선교는 멈추지 않는다.>
영락교회는 선교지를 다녀 온 후 선교 보고 예배를 정확히 드린다. 한 선교지를 오랫동안 섬겼기 때문에 노하우가 생겼을 만도 하지만, 매년 재정 보고를 비롯해 단기선교 사역의 결실을 통계화 한다. 그럼으로 선교 보고는 내년도 사역 준비에 대한 시작과도 같다.
단기선교는 사실 가는 것 보다 선교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기선교를 다녀온 후에는 선교지의 소식을 나누며 중보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현지 선교사님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며 내년도 사역을 준비한다.
국내선교 경험 바탕으로 해외선교 시작
지난해 영락교회는 9년 동안 쌓아온 멕시칸 선교 노하우를 가지고 과테말라 선교를 시작했다. 과테말라 선교 역시 국내선교와 마찬가지로 지속성을 가지고 올해도 계속된다.
멕시칸 선교 경험이 많은 성도들은 해외선교지에서도 사역에 주저함이 없다. 원활한 전도를 위해 현지 교회를 연결해 통역을 부탁했고, 국내선교에서 신뢰를 쌓아온 멕시칸 목회자가 동행해 현지인들과의 접촉점을 마련했다.
과테말라 선교도 메다와 국내선교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외선교, 국내선교란 이름만 다를 뿐 사람이나 문화는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작년 영락 교회는 과테말라 어린이들과 성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로 인도했다. 그 결과 주일학생만 7명이 모이는 교회에 성인과 어린이 80여 명을 인도했고, 현재도 꾸준히 4-50명이 모인다는 보고를 받았다.
영락교회는 올해 해외선교와 메다와 지역 국내선교를 연이어 진행한다.
작은 교회에서 선교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교회의 20% 성도가 해외 단기 선교(과테말라)에 참여하고, 60%의 성도들이 국내선교(메타와 지역 히스패닉)를 하며, 교회 예산 30% 이상을 선교비로 사용한다.
배명헌 목사는 "미국 교회를 빌려 사용하는, 소위 말하는 작은 교회에서 선교에 동참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의 관점으로 선교에 뜻을 품고, 헌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가 큰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많이 하는 진정으로 교회가 큰 교회가 아니겠느냐"며 "외형적 교회만 만들기보다 성도들 각자가 진실된 교회가 되어가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역을 이뤄가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