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을 위기에 놓였던 미국 교회에 부임해, 다민족 교회로 빠르게 성장시켰던 조범철 목사가 지난해 11월 홀연히 열린문교회를 사임했다.
그가 부임한 후 위기에 놓였던 미국 교회는 얼마지 나지 않아 30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가 됐고, 힌두교인 34명이 세례를 받기도 했다. 또 영어, 한어, 네팔, 사모아 회중이 유기적으로 예배하는 다민족 교회가 됐고, 회복 사역을 통해 노숙자와 중범죄자들이 변화 됐다. 이 때문에, 그의 사임 배경을 놓고 많은 궁금증이 대두됐다.
일각에서는 '교회 분쟁에 따른 결과가 아니냐?',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냐?' 등의 의견도 제기 됐지만, 조 목사는 현재 '하나님의 심장'을 가진 목회를 꿈꾸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 목사를 만나 사임하게 된 배경과 새롭게 꿈꾸는 목회에 대해 들어봤다.
-사임하게 된 배경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이름 없는 작은 교회 목사로 시작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사역이 잘 풀렸다. 사람들의 호응도 좋았다. 미국 교회를 인수 받아 사용했기에 개척하는데 큰 어려움도 없었다. 교회가 다민족 교회로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곳에서 세미나를 인도했다. 심지어 미국 교회에서도 다민족 목회에 대한 강연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조범철'이라는 이름이 미국 교계, 한인교계에 알려지면서 목회 역시 조범철 목회가 되고 있었다. 하나님의 방식과 하나님의 말씀으로 목회해야 하는데, 계속 내가 드러났고, 교인들도 나를 바라보게 됐다.
교회가 다민족 교회로 성장했지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목회는 아니었다. 각 민족별 성도들이 각 나라별 목회자가 있음에도, 나에게 먼저 찾아왔다. 그들이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내게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내가 지향한 건강한 목회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 다민족 교회지만 내가 모든 일에 앞서게 되는 것은 건강한 목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시며 주인은 하나님이신데 내가 계속 드러나게 됐다. 서열과 감투, 세상적인 체면 문화에 사로잡히면 건강한 목회가 안 된다. 다민족 교회는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생명 공동체인데, 계속 내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결국 '내가 빠지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사임하게 됐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은혜롭게 예배드리고 서로를 축복하며 사임하게 됐다."
- 후임에 대한 결정은 어떻게 진행했는가?
"열린문교회는 교회 대표 목회자가 없지만, 각 민족별 담임 목회자가 있다. 그리고 행정을 위한 목회자가 필요했는데 교회 목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두었다.
앞으로 건강한 목회를 하기 위해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부작용이 없도록 요즘 기도하면서 지혜를 구하고 있다.
열린문교회는 한어부를 비롯해 영어권, 네팔권, 사모아권 회중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교회가 될 것이다. 또한 내 평생 어디를 가든지 열린문교회는 나의 자랑이 되고, 열린문교회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
- 사역지는 결정 됐는가?
"아니다. 인간적인 방법으로 계획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지도 정하지 않고 그만두게 됐다. '건강한 목회를 위한 사임'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채우실 것이다.
교회가 목회자의 소유가 될 수 없고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듯, 주인이 부르시는 곳에서 일할 것이다. 담임 목회자에 의한 목회가 아니라, 하나님만이 나타날 수 있는 건강한 목회를 하고자 한다."
- 교회에서 사임을 염려해 마련한 금전적 지원도 거절했다고 들었다.
"하나님의 심장을 갖은 교회와 목회를 생각할 때 하나님을 의지하면 염려와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 하나님께 맡기게 된다. 작은 목회나 큰 목회나 상관이 없다.
생계를 위한 목회가 아니었다. 목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싶었고, 내가 강단에서 전하는 설교와 삶이 일치되길 원했다. 하나님을 찾는 자를 책임져 주심을 믿고 말씀에 따라 행동하고 싶었다. 그 역시 하나님의 심장을 느낄 수 있는 목회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심장을 느끼는 목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교회 본질 회복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땅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대해야 하는 곳이 교회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회복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에 존재하는 편협함을 버려야 한다. 교회가 하나님의 사랑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하나님의 심장을 갖게 되면 교회의 문제가 해결되고 부흥의 해답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겸손을 회복한 목회, 섬김을 받는 문화가 아니라 언제나 남을 섬기는 교회, 직분과 직함이 우선되지 않고 하나님만 드러나는 교회, 결국 모든 사람이 세상적 기준에서 벗어나 하나님 안에서 자유함을 얻고, 구원의 감격을 노래하는 목회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