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교회에서 흔히 보는 구호 중의 하나는 “1세의 영성을 2세들에게 이어주자”는 것이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어려운 시절 이민 와서 오직 신앙으로 교회를 세우고

엄영민 목사
(Photo : 기독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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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흥케 한 1세들의 그 열정을 2세들에게도 물려주자는 것이다. 어려울 때 이민 와서 오늘의 부흥을 이룬 1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구호는 너무나 절실하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자녀라고 하면 깜빡 죽는다. 그들에게 자녀들의 행복, 자녀들의 성공이 삶의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런 까닭에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녀들이 신앙적으로도 잘 자라서 부모들보다 더 훌륭한 신앙인들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2세들이 부모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잘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2세 사역자들에 의하면 중·고등학교 때 부모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교회에 나왔던 자녀들이 대학에 가면 70-80%가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부모들도 다 커버린 자녀들을 어쩔 수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일학교 전도사부터 시작해서 이민교회를 25년 가까이 섬겨온 나의 경험으로도 이런 주장들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많은 2세들이 부모님의 영성을 이어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2세들의 신앙이 부모님들만 못하다고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다. 수적으로 그리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민교회에서 자라난 1.5세 2세들 중에 참 좋은 일군들로, 특히 선교사로 활동하고 이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가 이사로 있는 미주 GMP의 1.5세 선교사인 박 모 선교사는 미국에서 최고의 학부를 마친 후 명문신학교에서 Ph.D를 마쳤다. 그리고 난 다음 그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홀연히 인도의 오지로 떠났다. 우리 교회 장로님의 아드님인 1.5세 H 선교사는 신학교를 마친 후 15년 가까이 파라과이 선교사로 봉사한 후 귀국해서 2, 3년의 준비과정을 거친 후 아프카니스탄으로 떠났다. 우리 교회 집사님의 아들인 김 선교사는 차마고도라는 티벳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보다 그곳 사람들의 어려운 형편을 본 후 그 지역을 섬기는 풀타임 선교사로 자원해 떠났다.

신학교 후배 중 가장 촉망 받던 후배 하나는 치과의사인 아내와 함께 캄보디아 선교사로 떠나기도 했다. 이러한 예는 그저 내가 가까이서 본 것이고 그 외에도 수많은 1.5세 2세 선교사들이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갔다. 최근에 만난 목사님 가운데 한 분도 1.5세인데 잘 하고 있던 목회를 접고 중국과 북한 선교에 전념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분에 의하면 중국과 북한에 많은 1.5세와 2세 선교사들이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차례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을 다녀 보면서 적어도 이 지역만큼은 1세들이 맡아야 할 곳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래도 2세들의 입장에서는 1세만큼 이곳에 대한 애착과 공감대를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지역에서도 2세 선교사들이 훨씬 더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목사님에 의하면 이곳의 1.5세, 2세 선교사들은 미국에서 익힌 국제적인 안목에다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래서 현지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었다. 놀랍고 고마운 일이었다.1세들의 눈으로 보면 2세들의 모습이 아직도 미덥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녀들은 어느새 이렇게 귀한 하나님의 일군들로 쓰임 받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군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눈물로 뿌린 씨앗들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