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 두 팀의 탐험대가 북극 탐험 길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갑자기 얼어버린 바다에서 배가 꼼짝도 못하는 지경에 처하게 됐다.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힌 북극의 살인적인 추위, 식량과 연료는 떨어져 가고 다른 곳의 어느 누구와도 교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탐험대의 운명은 달랐다. 칼럭 호에 타고 있던 캐나다 탐험대는 수 개월 만에 11명이 죽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비극의 원인은 자기 자신들에게 있었다. 조난이 길어지자 선원들은 선원들은 서로 식량과 연료를 놓고 싸우고 도둑질하는 일상을 되풀이하며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반면 인듀어런스 호에 타고 있던 영국 탐험대는 무려 634일이라는 조난 기간 동안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은 채, 승무원 27명 전원이 구조되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두 탐험대의 운명이 어디서부터 엇갈렸을까? 바로 리더십의 문제였다. 인듀어런스 호에는 어니스트 새클턴(Ernest Shackleton)이라는 탁월한 리더가 있었다.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다 : 조난기간 초기 새클턴은 12년 전 탐험대가 버리고 갔던 비상식량을 찾아 오기로 결정한다. 썰매와 구명보트로 하루 5마일씩 얼음벌판을 가야 하는 길이었지만 새클턴은 강행한다. 절망에 빠진 대원들에게 명확한 공동의 목표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 목표를 수행하면서 대원들은 단결했고 불행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목표의 상실은 생명의 상실과 같다. 살아야 할 이유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암이 아니라 절망이다. 절망은 장애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목표가 없어서이다. 절망은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목표의 문제다.
솔선수범으로 조직을 이끈다 : 점차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한 인듀어런스 호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을 때 새클턴은 단호한 목소리로 불필요한 모든 물건을 버리고 개인 소지품은 2파운드 이상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했다. 말을 마치고 새클턴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금으로 된 담배케이스와 금화를 꺼내 눈 속으로 던져버렸다. 리더의 필수 자격은 매사에 앞장 서는 것이다. 인도자인 리더의 위치는 뒤가 아니라 앞이다. 먼저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영원한 목자가 되시는 예수님은 먼저 희생의 십자가를 지시고 모든 영혼들을 하나님의 나라로 인도하신다.
현실적 기반 위에서 낙천성을 유지한다 : 새클턴은 난파된 배 위에서도 책을 읽었고 배를 포기하기 전날까지 웃는 얼굴로 선상파티를 열 정도로 낙천적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리더인 자신이 동요하지 않으면 대원들도 낙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환경적인 요인이 삶을 비관적 혹은 낙관적으로 만드는것이 아니다. 나 자신의 마음자세가 환경을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고 천국으로 만들 수도 있다.
정신적 육체적 힘을 기른다 : 새클턴은 조난기간 동안 도덕적, 심리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힘썼다. 리더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너진다는 건, 곧 팀의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본래 건강한 체질도 아니었던 새클턴은 최선을 다해 스테미너를 지켰다. 정신적인 건강은 육체적인 건강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성령의 전인 육신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성령께 있는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
공동체 정신을 끊임없이 주지시킨다 : 조난기간 동안 새클턴이 가장 중시한 건 공동체 정신이었다. 그는 일부에게만 일을 시키거나, 정보를 독점하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생기기 쉬운 분열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인 사람은 구조가 영, 혼, 육 복합체(공동체)로 되어 있다. 하나님 역시 성부, 성자, 성령 공동체로 존재 하신다. 신앙생활은 반드시 교회 공동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기적인 삶은 자신의 삶도 타인의 삶도 파괴하지만, 이타적인 삶은 자신도 남도 살린다.
서로에 대한 예의를 포기하지 않는다 : 인듀어런스 호에는 귀족에서 천민까지 여러 출신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새클턴은 무조건 평등하게 생활하게 했다. 자신에게 제공되는 특식도 거부했다. 이를 통해 대원들의 이질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부하에게도 사과하는 예의를 지켰다. 인간만의 특징 중에 하나가 윤리 도덕성이다. 윤리 도덕의 가치를 아는것이 사람의 가치를 아는것이다. 예의는 상대에 대한 대접이지만 곧 나에 대한 대접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예의에서 시작한다.
조직 내에서 힘겨루기를 하지 않는다 : 조직 내의 힘겨루기는 긴장을 낳고 긴장은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죽음을 불러올 수도 있다. 새클턴은 사소한 의견차이라도 반드시 해결하려고 했고 대원 개개인의 개성을 인정해줌으로써 갈등구조를 만들지 않았다. 공동체유지는 질서에 있다. 질서는 힘의 우열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섬김에 의해 유지된다. 섬김은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섬기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섬기는 것이다.
가치 있는 위험에는 도전한다 : 얼지 않은 땅을 찾아 800마일을 보트로 이동하는 등 새클턴은 조난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다. 도전만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었다. 성공은 도전의 결과다. 도전자에게는 반드시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 위험을 두려워하면 성공을 포기해야 한다. 도전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어도 목숨은 소진되고 있다. 실패해도 도전했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다.
끈질긴 창의성을 가진다 : 새클턴의 가장 큰 장점은 지칠 줄 모르는 창의성이었다. 배의 못을 뽑아 얼음 위를 걷는 신발을 만드는 등 난파된 배의 여러 도구들을 사용해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었고, 주변의 날씨와 날씨와 지형 등을 늘 분석하고 연구했다. 그의 순간적인 문제해결 능력은 창의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삶이 언제 끝날지 알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았는지 자신은 알고 있다.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하고 스스로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 인생은 남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와의 경쟁이다.
[안인권 칼럼] 북극 표류 634일
새소망교회 안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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