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은 특이한 허리띠를 차고 다녔다고 한다. 안쪽에 못이 많이 박혀 있는 허리띠를. 왜 그런 허리띠를 차고 다녔을까? 명예에 대한 유혹과 싸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을 칭찬하는 편지를 읽거나 찬사의 말을 듣고 마음 속에 명예욕과 자만심이 고개를 쳐들고 일어날 때마다 팔꿈치로 그 허리띠를 강하게 눌렀다고 한다. 그때마다 못이 자신의 몸을 찔렀다. 그래서 그는 명예욕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파스칼은 명예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목마른 사람이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명예욕이야말로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만 더 심해질 뿐임을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마음 중심엔 부귀나 명예, 쾌락 등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간이 있다. 그것은 다만 하나님의 사랑으로라야 채워질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명예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비결은 하나님의 사랑을 충만하게 채우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할수록 자연스레 명예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명예욕은 인간을 추하게 만들기도 한다. 온갖 추태가 명예욕 때문에 온다. 명예욕 때문에 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산다. 그렇기에 우리는 명예욕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사실이 있다. ‘건강한 명예심’도 있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이름 석 자에 ‘목숨 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일생이 이름 석 자에 압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노력,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려는 시도.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을 한 차원 더 고상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수단이 아닐까?

우리 주변에는 아름다운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있다. 최근 미국 CNN 방송은 네티즌을 대상으로 ‘올해의 흥미로운 인물’ 투표를 실시했다. 홈페이지에 발표된 최종 집계 결과가 흥미롭다. 1위는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은 다른 데 있다. 한국인 싸이(박재상)가 10위 안에 진입해 있다는 사실! 싸이는 ‘강남스타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10억 건을 돌파하기는 강남스타일이 처음이라고 하니,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우리 주변에는 ‘악명 높은 사람’도 많다. 같은 이름 석 자이지만, 가치는 엄청나게 다르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진행된 ‘악명 높은 사람’ 인터넷 투표는 또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2위를 압도적인 표차로 눌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지난 1년 동안 악명을 떨쳤다.’ 이것을 조선중앙통신은 이렇게 보도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타임이 ‘2012년의 명인’으로 모셨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우리는 유명과 악명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동일한 이름 석 자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가치는 천양지차이다. 지미 카터, 그는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어째서? 대통령 자리를 물러난 후에 의미있는 봉사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때는 별 볼 일 없었으나 어떤 계기로 인해 유명인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생존시에는 무명에 가까웠으나 사후에 새롭게 평가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이름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가 펼쳐졌다. 당신의 이름 석 자를 떠올려보라. 유명과 악명,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기울까?

“나는 죽을 때까지 야구인이다. 야구를 통해 받았던 모든 것을 야구를 위해 환원해야 한다.” 언젠가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리틀 야구장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자신의 땅을 내놓으면서 김응룡 야구 감독이 한 말이다. 가치 있는 일, 의미 있는 활동을 위해 이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걸어보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내 이름의 가치 역시 달라질 것이다.

언제 이 세상을 떠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죽은 후에 내 이름이 어떻게 기억될까? 아니, 하나님께서 내 이름을 어떻게 평가하실까 하는 거룩한 두려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