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변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긴 세월 동안 흔들림 없이 그 자리에서 지켜온 34년의 '전통'을 고목나무의 든든한 뿌리로 비유한다면, '변화'는 그 나무 가지 끝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새순이 아닐까? 뿌리가 없이는 새순이 날 수 없고, 새순이 없는 나무는 죽은 나무인 것처럼 '전통과 변화'는 서로를 위한 존재의미이자 서로를 살리는 상생의 관계다.
차타누가한인장로교회가 2006년 부임한 문은배 담임목사와 함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도의 자리를 지키시며 교회 구석 구석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는 어르신들과 이를 기반으로 캠퍼스를 다니며 제자삼고, 지역사회를 복음으로 섬기는 일에 진취적으로 나서고 있는 젊은이들이 그 꿈의 주인공들이다.
어려움 발판 딛고 도약하는 '서른 네 살' 교회
차타누가한인장로교회는 1979년 지역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장로교회로 테네시 접경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보수적인 신앙색채를 가진 대표적인 바이블벨트 지역이기도 한 차타누가는 인디언 선교의 선구자이자 온 몸을 바쳐 헌신했던 데이빗 브레이너드의 활동무대였고, '귀납적 성경연구 사역'으로 알려진 프리셉트 성경연구원의 본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 차타누가한인장로교회 인근에 열 개가 넘는 크고 작은 교회가 위치해 차타누가 지역 사람들의 신앙적인 열심과 전통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장로교(PCUSA)에 속한 차타누가한인장로교회의 아름다운 예배당과 6에이커에 이르는 부지는 같은 교단의 미국 교회가 거의 무상으로 기증했고, 실용적인 다목적 친교실 및 체육관은 8년 전 증축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거기에 올 해는 어르신들이 우물을 갖춘 어엿한 교회 텃밭을 일궈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활용 방안을 나누고, 자녀들에게는 자연 학습의 장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오면서 교회에 크고 작은 갈등이 왜 없었겠어요. 제가 부임했을 당시 세대간의 갈등으로 교회에 젊은 분들이 많이 떠나고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남은 분들의 아픔을 보듬고 현상이 아닌 본질을 추구하면서 목회를 해 왔는데,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임에도 젊은 분들이 꾸준히 늘어나서 교회가 전체적으로 활기차고 힘찬 분위기에요. 지금까지 교회를 지켜오시고 이끌어 오신 수고와 헌신을 기반으로 이제는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전진해 나갈 저력이 생겼습니다."
지역과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선교
차타누가한인장로교회 성도들은 올 한해 여기 저기 사랑을 '퍼주는 일'에 분주했다. 창립 34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꼬박 일년 간 월드비전과 손 잡고 '아프리카 지역 우물파주기' 기금마련을 위해 각 기관별로 바자회를 열고 헌금을 마련해 적지 않은 돈 1만 불을 마련했다. 또 교회가 속한 노회를 통해 개척교회를 지원했고, 캠퍼스 사역에도 돕는 손길을 보탰고, 남미 니카라과 선교 및 코스타리카, 동티모르와 일본 선교 사역을 돕고 있기도 하다. 특별히 니카라과에는 매년 단기선교팀을 보낼 정도로 성도들 모두 한 마음으로 열심을 다하고 있다.
문은배 목사는 내년부터는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과 선교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요 한국학교와 캠퍼스 사역 등이 그것이다.
"이민교회들이 해외선교에는 열정이 크고 열심을 다하지만 자칫 지역사회와 어울리지 못하고 게토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를 열고 토요 한국학교를 계획하고 있어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문화와 한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은 요즘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비롯한 스패니쉬, 중국어교실을 열고, 음악 전문가들인 성도님들의 봉사로 다양한 악기 레슨도 제공하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성도들과 한인들만 대상으로 하다가 정착되면 지역사회에 문을 열어 체계적이면서 내실 있게 섬기려고 합니다. 또 선교단체 출신 집사님들이 마음을 모아 내년부터는 교회 자체적으로 인근 대학으로 전도와 성경공부 사역을 본격화 할 것입니다."
소소하게는 교회 마당에 일군 텃밭에서 나온 싱싱한 야채들로 담근 시원한 김장김치를 지역 목사님들과 나누기도 했다. 차타누가 인근 한인 인구수에 비해 많은 교회가 존재하는 것은 분열의 아픔이 원인이었지만, 전반적인 리더십 교체로 새롭게 부임한 40대 초, 중반인 목회자들은 연합에 대한 의지가 커서 매년 교회 연합 체육대회와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 자녀를 모두 목사로 키운 부모님의 삶이 신학이고 선교학이었다'
문은배 목사의 부친은 문전섭 목사로 대전신학대학교 8대 학장으로 사역한 뒤 총회 본부의 편안한 자리를 뒤로하고, 구 소련이 해체되고 막 개방될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러시아 선교사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후 동남아시아로 임지를 옮겨 선교사로 목회 일선에서 은퇴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네 자녀 모두 목사의 길을 걷고 있다.
"장남인 제가 대학교 다닐 때 제게 동생들을 맡기시고 선교사로 나가셨어요. 러시아에서 신학교 사역을 하시면서 현지인 대상으로 목회를 하셨고, 러시아어로 신학교재를 번역해 발간하시는 등 열정적인 선교를 하셨죠. 어릴 때 죽을 뻔 했던 저를 목회자로 서원하셨다고 하는데, 일반 대학에 다니면서 고시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던 제가 결국 목회자가 된 것도, 제 아래 동생들도 모두 목회자의 삶을 사는 것도 이런 부모님의 진실된 삶에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여동생 둘도 모두 장신대를 나와 목사인데 제부들도 모두 목사라서 가족들이 모이면 7명이 목사들이에요. 큰 축복이고 감사입니다."
문은배 목사는 서울대 종교철학을 전공하고, 장신대학에서 M.Div와 Th.M(역사신학)을 마쳤으며, 이후 유학길에 올라 콜롬비아신학대학원에서 D.Min과정을 수료한 뒤 차타누가한인장로교회에서 첫 담임목회를 하고 있다.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를 경험하면서 목회가 무엇인지 목회의 본질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곤 하지만 그 답이 쉽지 않은 것은 바르게 목회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먼저는 제 자신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기 위해 항상 구도자의 삶을 살아야 하며 깨어 자신을 살펴 주님과 올바른 관계 가운데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동시에 목회는 현실의 삶에서 구체적인 성도들의 삶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기에 이를 바로 바라보고 길을 인도해 줄 수 있는 신령한 지혜와 통찰력이 요구됩니다'라고 적은 교회요람의 글처럼, 그는 신학공부를 통해 배운 '이론'과 부모님과 가족들의 삶 가운데 체험된 '경험'을 균형 있게 조화시켜 치우치지 않는 목회에 힘쓰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터치와 감동이 있는 건강한 교회로
문은배 목사는 건강한 교회는 자연적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확신했다. 건강한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라듯, 교회가 건강하면 내적으로 외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충실하고, 실수와 실패가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사랑이 강권하시는 믿음과 소망의 공동체로 나아갈 때 건강해 진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면서 텍스트인 성경과 컨텍스트인 삶의 현장이 조화되는 목회를 하고 싶습니다. 원칙에 충실하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목회, 하나님의 말씀과 진리를 가감없이 선포하지만 성도들 삶의 아픔을 껴안는 목회입니다. 특히 이민교회의 현실과 성도들의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는 목사가 되고자 합니다. 방법론적으로는 터치와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전통적인 바른 교회론에 기초를 두지만 현대의 문화적 감각과 성도들의 현실적인 욕구와 의식을 반영해 예배를 비롯해 모든 교회 활동에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더해지는 신앙생활이 되도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따라 성도들과 함께 만드는 교회가 되고 싶습니다."
차타누가한인장로교회는 501 Cross St. Rossville GA 30741에 위치해 있으며 오전 11시 주일예배와 함께 유스예배, 아동부 예배가 준비돼 있다. 매일(화~금) 오전 6시 새벽기도회를 드리며, 토요일에는 새벽기도회와 함께 따뜻한 교제의 시간도 마련된다. 이외에 오후 10시 금요기도회와 다양한 성경공부 및 훈련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문의 423-580-1716 홈페이지 www.koreanp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