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마음선교회(이사장 최덕순 목사)가 발행하는 계간 <손과마음> 제7호에 실린 해당 글을 연재한다. 손과마음선교회는 변화와 해방을 꿈꾸는 북한 동포들에게 생명과 자유와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인도적 구호단체다.-편집자 주


“북한 체제는 결국 변한다”는 사실을 예견하게 하는 현실을 잠시 살펴보자. 중국에 나가 있는 손과마음선교회 L부장이 북한 주민들과 만나고 통화하면서 알게 된 현지 사정을 전한다. 북한 내부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우리는 북한이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태산이 무너지듯 그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엄중한 역사적 사실을 똑바로 주목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불평불만

▲김정일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여성들. ⓒ선교회 제공

금년 여름, 북한 사람들은 힘든 고통 속에 살아갔다. 오랜 가뭄으로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갑작스런 홍수로 논밭이 쓸려가는 고통을 받았다. 또 8월말에는 태풍 볼라벤이 황해도를 휩쓸고 평안남도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48명이 사망하고 800여채의 가옥이 무너지면서 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정말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판에 천재지변까지 덮쳐 사람들은 원망할 기운조차 잃고 말았다. 게다가 이상기후로 인해 예전에 없던 각종 질병이 발생,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정말 ‘죽어라 죽어라’ 하는 극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 구호단체들이 나서서 돕기 시작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특유의 뻔뻔함으로 순수한 민간지원 물품을 군수물자로 빼돌리려 속이는 짓을 계속하고 있다. 남한 정부도 그들의 요구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남한을 비난하고 험담하는 정치적 발언만 일삼고 있다. 최근에는 남한과의 전쟁이 곧 일어날 것이라며 30대 이하 여성들 400만명에게 AK소총까지 지급하며 전쟁 선동에 광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해도 일대는 곡창지대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으로, 농가 창고에는 쌀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북한 권력층들이 황해도로 몰려와 온갖 명분과 방법으로 농가의 쌀을 수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해도 곡창지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고난의 대행군”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북한 사람들의 원망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 김정은이 세습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을 기대했지만, 아버지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 북한 사람들 인식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불평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비교적 북한 정권을 지지해온 전통 지역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가 점차 다른 색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앙 정부의 지시나 요구에 그동안 온건하게 반응하던 지역 주민들이 노골적으로 불평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도자에 의해 새로운 시대, 개혁 개방을 기대했지만 점점 더 못사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런 불만 세력들의 비판행태가 이제는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보위부에서도 통제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한다. 과거에는 그들 세력이 소수이기 때문에 체포 구금하는 일이 쉬웠지만, 이제는 그 수가 워낙 많아 모조리 잡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역별로 모델 케이스로 한두 명씩 잡아들여 가족들을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 그들이 불평한 말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떠벌리는 말인데도, 그야말로 재수가 없거나 빽이 없는 사람만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살 길이 막막하고 먹을 것조차 없는 주민들이 하늘을 향해 욕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신의주 채화동에 사는 리모 씨(54)는 “예전보다 사는 것이 더 힘들다. 김정은 동지는 뭘 하는가?” 라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불평을 했다가 이웃 사람의 고발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 역시 힘 없고 빽 없는 관계로 온 집안이 지난 8월 27일 새벽 2시 정치범 관리소로 끌려갔다.


8,500명이 외국 노무로 돈벌이 나가


김정은의 직위가 원수로 올라가면서 북한에서는 개혁개방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르게 새로운 조치들이 나오고 있는데, 외국으로의 노무를 많이 파견하는 계획이 급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북한과 중국이 서로 협정을 맺고 북한 근로자 12만명을 중국 기업에 취업시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 근로자들이 일을 하러 중국에 나가려면 북한에서 규정한 지침에 맞아야 갈 수 있다. 우선 중국으로 나가려는 근로자의 가족이나 친척 중에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 친척이 없어야 하며, 가족이나 친척 중에 문건상 행방불명이 된 사람이나 탈북자 가족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불합격 조치를 당하여 나갈 수 없도록 했다. 또 45세 미만인 사람만 합격 대상이다.


이전에는 해외에 나가려면 평양에서 파견하는 북한 식당으로만 취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북한 기업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과 협의하여 인원 확정을 하고 당국에 신청하면 심사를 하여 중국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의 북한인 고용규정은 1,000명 사업장에서 20%까지 채용할 수 있다. 임금 지불은 회사마다 각각 다르지만, 한 사람당 평균 중국 돈으로 1500위안(약 27만원)을 주어야 한다고 중국 측과 합의했다. 또 중국 측 기업은 북조선 사람들의 잠자리와 숙식 조건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결국 한 사람이 2,000위안(약 36만원)의 돈이 들어가는 셈이라고 한다.


중국 측에서는 북한 사람을 채용하려면 공산국을 비롯한 노동국, 공안국, 외사과, 위생국 등 7개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채용할 수가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기관 기업소별로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있는 회사들과 합의하여 인원을 파견한다. 북한에서는 외국에 있는 회사들과 상담을 하려 하는데, 함께 할 수 있는 회사들을 찾지 못해 아우성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북한측에 승인해준 근로자는 연 12만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약 8,500명의 근로자들이 중국 회사들과 일자리 계약을 맺고 중국에 나와 있다. 장차 10만명 넘는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 나가있게 되는 것은 커다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변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개방된 중국과 통제된 북한’을 아무리 막으려 해도 비교할 수밖에 없으며, 스스로 감지되는 내면의 변화를 억제할 수 없는 순간도 다가오고 있다.


‘손전화’ 통화하다 걸리면 간첩죄로 끌려가게 했지만…


금년 초부터 북한에서는 중동의 민주화 바람과 리비아 독재정권 몰락으로 국경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혹시라도 김정일 사후 민심이 흔들려 민주화 바람이 북한으로 몰려올 것을 두려워하여 사전에 불상사를 예방하는 조치인 것이다.


최근에도 국경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인민반 회의를 2차에 걸쳐 열고 특별 강연회를 실시했다고 한다. 강연 내용은 중국과 손전화(휴대폰)로 통화하다 걸리면 간첩죄로 다스리겠다는 엄포가 중심이었다.


최근 북한 국경도시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하면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에서는 7월과 8월 초 기간에 불법 통화를 한 세대들에게 강제추방을 자행, 지역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이같이 추방 선포를 하면서 주민들끼리 서로 감시하게 만들고, 개인은 물론 인민반끼리도 서로 감시를 하게 한다.


누가 손전화를 쓰면 동 보위지도원이나 인민반장에게 신고하라 경고하고 나서는 지금까지 그 지역에서 전화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북한은 이런 모범적인 사례를 선전하면서 주민들에 대한 손전화 통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북한에서 사용되는 손전화는 현재 200만대로 알려져 있다. 이들 손전화는 대개 중국산 전화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단순 통화만 가능하도록 기능이 축소 제한됐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손전화를 개조하여 중국과 통화하거나 남한 친인척과 통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손전화의 전면 통제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현재 북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