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우리 집 모든 식구가 일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좋으니 아이들까지도 신이 났습니다.(......) 그 까닭은 내가 이번 주 교회 참석자들이 많을 것 같으니 친교준비를 30명 이상으로 준비하라고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우와 30명 이상이나!" 식구들이 모두 입을 딱 벌리며 감격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숫자는 내가 직접 전화로 일일이 확인한 겁니다.(......) 본 예배를 시작하는 시간이 되어도 우리 가족과 2명의 성도를 제외하고는 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눈길이 창 밖을 힐끔거렸고, 자동차 브레이크 밟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무릎을 꿇고 울었습니다."
-<꽃은 다시 핀다> 본문 중에서

콜럼버스 한인장로교회 장인식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 <꽃은 다시 핀다>(시인학교)가 출판됐다. 개척교회 시절인 1990년대 후반부터 써온 목회수상 중 가족과 개인에 관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간추린 책은 비단 목회자로서 신앙적 관점과 영적인 갈구 뿐 아니라 한 이민자이자 아버지로서, 또한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자식으로 절절하고서 따스한 삶의 여운이 묻어난다.

<꽃은 다시 핀다>는 1부 흔들리며 피는 꽃, 2부 나는 아내를 닮아가고 있다, 3부 그들은 얼마나 반가웠을까?, 4부 사랑이 살찌는 떡집, 5부 미국으로 유학 온 사오정, 6부 동유럽 집시선교로 구성돼 있다. 120여 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한 페이지 남짓 되는 길이로 구성돼 있으며, 글 곳곳에 숨겨진 유머러스한 작가의 글 솜씨와 넉넉하고 푸근한 시각으로 풀어낸 일상은 언제든 이민생활로 뻑뻑해진 가슴을 부드럽게 채워줄 수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특히 암울했던 5공화국 시절 대학가에서 품었던 청운의 꿈부터 지금의 아내와의 애틋한 연애와 사랑, 가난했던 미국 유학시절과 신앙생활, 현대음악 작곡가로 탄탄대로를 달리다 죽음의 문턱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던 이야기, 이민교회 목회자로서의 삶, 마지막으로 동유럽 집시선교 현장에서 본 하나님의 눈물과 이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담긴 책은 작가인 장인식 목사 개인적으로는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자, 같은 이민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에게는 충분한 공감대와 위로를 안겨줄만 하다.

책을 덮을 때는 '아무리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그래 꽃은 다시 핀다'고 되내일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정인수 목사(애틀랜타 연합장로교회)는 '개척교회를 하면서 장 목사님이 겪은 눈물과 한숨은 상상을 초월한다.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낙심도 했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늘 칠전팔기와 같은 믿음의 뚝심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해 냈다. 그리고 치열한 이민목회 현실에서 항상 유머를 잃지 않아 경직된 분위기를 한방의 조크로 날려 버렸다. 그 넓은 품성과 여유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라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