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부인 앤 롬니 여사는 오바마-롬니의 정치 철학만큼이나 출생부터 살아온 과정이 극명하게 다르다. 이런 두 퍼스트레이디 후보에게 공통점이 있다. 남편들보다 국민적 인기가 많고 호감도도 높다는 점이다.


남편이 주인공인 전당대회에서 유권자 감성을 자극하는 연설로 큰 감동을 줬다는 점도 또 다른 공통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둘 다 상대 후보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자신과 남편의 성장 과정과 인생 역정, 성공 스토리를 토대로 본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라고 주장한 점도 닮았다.


비슷한 연설 내용이지만 남편이 대변하거나 표를 얻으려는 유권자층이 누군지 명확히 한 점도 엇비슷했고 상대 후보의 정치 철학이나 가치관에 깊숙이 비수를 꽂으려는 목적의식도 확실했다.


앤은 지난주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모성애를 자극함으로써 다섯 아들은 물론 많은 여성 유권자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했다. 롬니 후보와의 러브스토리, 평범한 결혼생활 등 인생사를 털어놔 남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호평을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받았다.


"이 사람(롬니)의 성공은 누가 갖다준 게 아니라 스스로 일군 것"이라며 "그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고 여러분을 실망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이 사람은 미국을 발전시킬 것이다"라고 역설해 기립 박수를 유도했다.


'정부가 아니라 미국인 개개인이 기업을 세웠다'는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 남편이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앤은 "남편의 성공담이 공격당하는 것을 보면 정말 놀라울 뿐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가치다. 우리 자녀를 성공을 두려워하는 애들로 키우길 바라느냐"고 반문했다. (오바마가 집권한) 지난 4년이 성공적이었다면 남편의 성공에 대한 비난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오바마 경제 정책의 실정(失政)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여성 유권자를 겨냥해 "여러분은 미국의 최고요 미국의 희망이다. 여러분 없는 미국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앤이 "홈런을 쳤다"고 평가했다.


미셸도 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의 '공격 포인트'에 대해 남편 오바마를 조목조목 두둔했다. 오바마가 가정에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대통령으로서도 미국 경제를 살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경기회복 속도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것을 인정하면서도 서민 고통을 정치적이 아닌 개인적으로 이해하는 오바마에게 4년을 더 달라고 호소했다. "변화는 어렵고 느리며 한꺼번에 갑작스럽게 오는 게 아니지만, 결국에는 항상 그랬듯이 우리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남편의 말도 전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누구건, 어디에서 왔건, 어떻게 생겼건, 누구를 사랑하건 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소수민과 유색 인종, 성적(性的) 소수자를 끌어안았다.


앤이 다섯 아들을 힘겹게 기른 보통 엄마임을 강조했듯 미셸은 자기를 두 딸을 둔 '엄마 대장(mom in chief)'이라고 규정했다. 사모펀드인 베인 캐피탈을 통해 한 재산을 모은 롬니 부부를 비꼬고 중산층과 근로자 유권자층의 표심을 잡으려 노력하기도 했다.


낙태나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롬니를 겨냥해 "여성이 자기 몸이나 건강보험과 관련해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홈런을 친 게 아니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했다. 반면 "대통령 후보는 부인들이 아니라 남편들"이라거나 "말 잘하는 사람은 넘쳤다"는 등의 네티즌 반응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