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원로로 추대된 이광선 목사에 이어 신일교회에 부임한 이상인 목사의 목사안수 적격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급기야 신일교회 장로 4명과 성도 150명이 소속 통합총회 재판국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통합총회는 최근 미국 출신 목회자들에 대한 자격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상인 목사가 작성한 자필 이력서. 미국에서 사역을 시작한지 2개월 만에 목사고시에 합격했고, 1년도 안 돼 안수를 받았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상인 목사 목사안수 논란의 핵심은 이 목사가 안수를 받을 때 적법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와 안수를 받을 자격요건을 충족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요건들이 통합총회 헌법의 ‘목사의 자격’에 적합한지 등이다. 이는 그가 안수를 받은 해외한인장로회(KPCA)와 예장통합의 헌법 ‘목사의 자격’ 부분과 KPCA의 목사고시 응시자격 공고문을 보면 파악이 가능하다.

이상인 목사가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가 KPCA에서 목사안수를 받으면서 적법절차를 밟지 않았고, 그러므로 안수를 받을 자격이 없었으며, 이에 따라 통합총회에서 목사를 할 자격도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 근거를 신일교회 청빙지원 당시 이상인 목사가 자필로 제출한 이력서에서 찾고 있다.

자필 이력서에 따르면, 이상인 목사는 2004년 6월 영국에서 하던 유학생 사역을 사임하고 7월 도미, KPCA 시카고 밀알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했고, 9월 목사고시에 합격 및 미국 시카고장로회 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단 신학’을 수학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 4월 KPCA 중앙노회에서 문제의 목사 안수를 받고, 2005년 1월 미국 트리니티신학대학교 방문교수를 사임했다. 그리고 2005년 1월부터 온누리교회 부목사 및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과 교수로 활동하다 2010년 이를 사임했다.

그러나 KPCA교단 헌법 23조 ‘목사의 자격’ 3항에는 “3.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2년 이상 교역 경험을 가진 자 또는 재학 중 1년 이상 교역 경험과 졸업 후 본 교단에서 1년 이상 교역 경험을 가진 자” 라고 규정돼 있다.

KPCA교단 목사고시 응시자격을 보더라도 2012년 기준으로 “총회 소속 신학대학 졸업(예정) 또는 총회가 인준한 정규신학교 과정을 졸업(예정)하고 본 교단 신학교에서 시행하는 특별교육(Intensive Course)을 이수한 자로 헌법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 로 나와있다.

이력서가 사실이라면, 이 목사는 KPCA가 인정하는 목회지에서 사역을 시작한지 2개월 만에 KPCA의 목사고시를 통과했고, 그곳에서 1년도 채 사역하지 않아 2년 이상 교역 경험을 요구하는 헌법상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다.

M.Div 과정을 이수하기 전 목사고시를 치른 것도 문제이지만, 시카고장로회 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M.Div 과정을 졸업이 아닌 이수로 마친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총회가 인준한 정규 신학교 과정을 졸업(예정)하지 않고 특별교육을 이수하는 것은 결격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KPCA 헌법 23조 ‘목사의 자격’ 1항은 “본 교단 정규 신학대학원(M.Div)과 본 총회가 인증하는 정규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자”이다.

이같은 내막 때문에, 심지어는 “이상인 목사가 M.Div 과정과 목사고시, 안수까지 8개월 만에 마쳤다”며 “소위 ‘학·경력 세탁’을 위한 미국행”이라는 말까지도 나오고 있다.

신일교회, 청빙 당시 KPCA에 질의서 2차례 발송
결격사유 묵인… 선처 요청 공문 보내달라 하기도


이후 한국에서의 행적도 의문을 자아낸다. 이력서에 따르면 이상인 목사는 2005년 1월부터 온누리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는데, 목사안수를 4월에야 받았기 때문에 1월부터 부목사로 사역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 온누리교회가 소속된 통합 평양노회록에는 그의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 한국에 온 뒤로는 소속 없는 목사가 됐다.

신일교회는 청빙 과정에서 이같은 여러 문제들 때문에 이상인 목사가 안수를 받은 KPCA 중앙노회 측에 질의서를 2차례나 발송했다. 첫번째 질의서에는 △이 목사의 안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달라 △귀 노회가 이 목사를 온누리교회에 전도목사로 파송한 일이 있는가 △이상인 목사가 현재 귀 노회 소속인가? 저희는 이 목사가 2007년 무임 처리돼 귀 노회의 회원권 상실상태로 파악하고 있다 △귀 노회의 회원권 상실상태에서 서울노회로 이명증서를 해줄 수 있는지 확실한 답변을 요청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신일교회가 KPCA 중앙노회에 발송한 두 번째 질의서.


그러자 KPCA 중앙노회는 “이상인 목사는 2005년에 중앙노회에서 안수를 받았으며, 현재 적법한 노회원”이라며 “청원이 있을 경우 이명에 하자가 없다”고 답했다. 안수 과정에 대한 설명도, 온누리교회 파송 여부도 알려주지 않은 채 이상인 목사가 중앙노회 회원이며 청원시 이명이 가능하다고 한 것이다. 이에 신일교회는 재차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상인 목사는 2005년 귀국하여 2010년까지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사역했는데 어떻게 전도목사로 파견됨 없이, 그리고 2005년부터 노회를 떠나 현재까지 3년 이상 무임으로 노회 회원권을 상실된 이를 어떤 근거와 절차로 적법 노회원이라 판단하셨는지요?”

이같은 질의 뒤 신일교회는 질의서에서 KPCA 중앙노회 측을 향해 “이상인 목사 본인이 지난 12일(2011년 11월) 오후 본 교회에 방문하여 저(이광선 당시 담임목사)와 당회원(7명의 청빙위원) 앞에서 무임목사와 회원권 상실상태임을 인정하고 본인의 미숙과 불찰에 대한 용서와 이해를 구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상인 목사도 결격사유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일교회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이 모든 상황을 저와 당회는 이상인 목사의 미숙함으로 일어난 실수로 보고, 또한 본인도 신일교회 당회 앞에 시인했기에 고의성이 없는 사안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귀 노회에서 신일교회에 이상인 목사의 선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주시기를 바란다.” 이에 중앙노회 측은 답변서를 보내는데, 대략 이러한 내용이다.

“이상인 목사는 2005년 중앙노회에서 안수를 받았다. 당시 이 목사가 시무했던 밀알교회 문장선 목사의 증언에 따르면 이상인 목사를 한국에 전도목사로 파송할 것을 노회에서 구두로 보고했지만 문서로 남기지 않았고, 2008년 봄노회 때 이 목사는 행정상 무임목사로 처리돼 가을노회 촬요에서는 행정상 착오로 이름이 누락돼 오늘에 이르렀다.”

피치 못할 사정도 있었다고 한다. “이상인 목사가 2008년 무임목사가 됐을 때 헌법은 5년이 지나야 제명처리를 할 수 있었으나, 2009년 법이 바뀌어 3년만에 제명이 가능해졌다. 제명을 위해서는 노회 임원회와 본인 통보 절차가 필요했는데, 임원회가 열리지 않았고 제명 통보도 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노회는 본 총회에서 통상 인정하는 집행 유보기간(Grace Period)을 인정한 노회 자격에 관대함을 베풀기로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이상인 목사의 이명에는 하자가 없다.”

결국 신일교회는 이상인 목사에 대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있었고, 이상인 목사 본인도 무임목사 상태임을 교회 측에 인정했다. 그러나 이 목사가 용서와 이해를 구하자 문제의 원인인 KPCA 중앙노회 측에 선처를 바라는 공문을 발송, 해명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노회 측은 자신의 서류상 미비와 행정처리 미숙, 착오 등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이상인 목사의 이명이 적법하다고 이를 받았다. 목사의 탈법 문제를, 노회의 탈법으로 무마해 탈법이 합법이 된 꼴이 됐다.

이상인 목사, 예장통합 총회 목사로서의 자격은 되나?
소정의 학력 미달 가능성… 9월 총회에서 판가름날 듯


이 모든 절차와 노회 이명이 인정받는다 해도, 이상인 목사가 예장통합 총회의 목회자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 문제가 남아있다. 이 목사가 자격이 없다는 이들은 “안수가 잘못됐고, M.Div 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으므로 통합총회 목사의 자격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헌법상 제31조 ‘다른 교파 목사의 청빙’은 “본 총회가 인정하는 다른 교파에 속한 목사로서 본 총회 직영 신학대학원 졸업자와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1년 이상 본 총회 직영 신학대학원에서 소정의 과목을 이수하고 총회 목사고시에 합격한 후 노회 석상에서 서약을 한 자”라야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본 총회 직영 신학대학원 졸업자와 동등한 자격’이라 함 ‘목사의 자격’을 규정한 헌법 제26조 2항에서 “총회 직영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2년 이상 교역 경험을 가진 자. 다만, 군목과 선교목사는 예외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상인 목사의 목사안수 무효론자들은 “이 목사는 M.Div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했으므로 총회 직영 신학대학원 졸업자와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이상인 목사는 2004년 시카고 장로회신학대학원 교단신학 과정을 속성으로 ‘이수’했을 뿐이고, 이 목사가 이전에 있었던 유럽의 신학교들에는 M.Div 과정이 개설돼 있지 않았다는 것. 유럽에서의 학력만으로는 목사안수 자격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시카고 장로회신학대학원 문장선 전 신학대학장은 “영국에서의 선교활동과 유학생선교회 사역경력을 인정하여 목사안수 전 2년의 실천기간을 1년으로 단축시켰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교회 일부에서는 이상인 목사의 이력서 기재내용 중 허위사실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상인 목사가 2005년부터 교수로 재직했다는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에 직접 확인 결과, 그는 교수가 아니라, 전임강사였다는 것.

이 모든 의혹에 대해 이상인 목사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터뷰를 통해 해명하겠다고 밝혔으나, 25일 갑자기 입장을 바꿔 오는 9월 총회가 끝나고 모종의 결론이 난 후 얘기하자고 말했다.

이 문제는 현재 KPCA 총회에서도 ‘이상인씨 목사안수 문제 및 시카고신학대학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PCA 측은 이 목사를 다음달 21-23일 미국 시카고에서 만나 입장을 청취하고 싶다고 요청한 상황이다. 이 목사 측도 24일 통화에서 미국 측에 관련 해명서류를 제출하느라 분주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