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실토실 살찐 말을 타고 미지의 숲 속으로 들어간다. 광활한 고원의 서늘한 산중 공기가 살갗을 파고든다. 굽이굽이 굽어진 등짝 닮은 산봉우리를 타고 그는 복음을 전한다. 아프리카 레소토 왕국에서.
레소토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영토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나라다. 이곳 부족민들과 17년간 살과 살을 맞대며 복음을 전하는 외길 인생을 걸어온 노록수 선교사를 만났다. “곧 있을 시카고한인선교사대회 참석차 미국에 왔다”는 그의 첫인상은 구수한 된장냄새 풍기는 소박한 말투에 다림질도 제대로 안 된 셔츠를 입고 있는, 영락없는 ‘아저씨’다.
그런데 이 아저씨, 생긴 건 평범한데 이력을 보아하니 범상치 않다. 일단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다.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인 한 명 없이 개척을 한다고 사서 고생을 하더니 나중에 교회가 어느 정도 자라자 후임에게 물려주고 홀연히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리고 지금 ‘현대판 문둥병자’ 혹은 ‘돌아다니는 살인무기’라 불리는 에이즈(AIDS) 환자들과 동거 아닌 동거(?)를 하고 있다.
여기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남부아프리카엔 에이즈 환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오죽하면 ‘세계 에이즈의 화약고’란 별칭이 붙었겠는가. 어림잡아 3천만명이라 하니 전 세계 에이즈 인구의 4분의 3이 이곳에 몰려 있는 셈.
통상 에이즈에 걸리면 국가가 나서 적극적으로 간섭하기 마련이다. 환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일종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다. 전염을 막기 위해서다.
허나, 노 선교사가 살고 있는 레소토왕국을 포함한 남부 아프리카는 얘기가 좀 다르다. 국가적인 차원의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 환자가 너무 많아서 일종의 ‘선’을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에이즈에 걸려버린 사람들도 혈액검사를 안 받으려 한단다. 대낮에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팍팍 쓰러지는 건 다반사다.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사인(死因)이 뭐냐 물으면, 폐병이나 위장병 등 다른 질병으로 죽었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에이즈가 원흉이라고 털어놓는다.
넬슨 만델라 前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남도 에이즈에 걸려 죽었으니, 제아무리 노벨 평화상을 받은 존경받는 인물이라 해도 속수무책으로 번져가는 에이즈 앞에선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어지간한 전쟁도 이보다 처참할 순 없어. (국가적 차원에서) 컨트롤이 안 되니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당께. 어린 아그들 아부지, 어무이가 에이즈 걸려 죽어버리니… 부모 잃고 오갈 데 없는 아그들 나라도 거둬 길러야제.”
그의 집에는 현재 부모 잃은 고아 11명이 살고 있는데, 그 중 5명이 에이즈 환자다. 부모가 에이즈 환자일 경우 아이가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50대 50이다. 아직은 그저 그가 기거하는 집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만 데려와 키우고 있지만, 근원적인 대안은 ‘교회 개척’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복음으로 아프리카에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야 에이즈 문제가 근절된다는 논리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 해도 에이즈 환자들과 사는 게 위험하진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에이즈가 위험하진 않다. 에이즈 감염 부모로부터 출생을 통한 수직 감염, 수혈, 성관계 이 3가지 외에는 위험하지 않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다치거나 해서 상처난 부위에 약을 발라줄 일이 있을 땐 고무장갑을 끼고 한다”고 덧붙였다.
레소토왕국 제1호 한인 선교사인 그는 15년 전 수도 마세루에서 개척을 시작했고, 지금은 외곽 지역으로 옮겨 확장해 가고 있다. 처음엔 교회가 작아 교인수 10명이 채 안 됐지만, 어느새 1천명 규모로 자라났다. 이런 식으로 세운 교회가 벌써 교회 5곳이나 된다. 지금은 그가 세운 원주민 목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목회하고 있다.
그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으니, “에이즈로 부모 잃은 고아 100명을 키우다 가는 것”이라고 나지막히 답한다. 그는 조만간 또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새처럼 날아갈 테다. 두 손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득 안고서.
레소토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영토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나라다. 이곳 부족민들과 17년간 살과 살을 맞대며 복음을 전하는 외길 인생을 걸어온 노록수 선교사를 만났다. “곧 있을 시카고한인선교사대회 참석차 미국에 왔다”는 그의 첫인상은 구수한 된장냄새 풍기는 소박한 말투에 다림질도 제대로 안 된 셔츠를 입고 있는, 영락없는 ‘아저씨’다.
그런데 이 아저씨, 생긴 건 평범한데 이력을 보아하니 범상치 않다. 일단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다.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인 한 명 없이 개척을 한다고 사서 고생을 하더니 나중에 교회가 어느 정도 자라자 후임에게 물려주고 홀연히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리고 지금 ‘현대판 문둥병자’ 혹은 ‘돌아다니는 살인무기’라 불리는 에이즈(AIDS) 환자들과 동거 아닌 동거(?)를 하고 있다.
여기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남부아프리카엔 에이즈 환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오죽하면 ‘세계 에이즈의 화약고’란 별칭이 붙었겠는가. 어림잡아 3천만명이라 하니 전 세계 에이즈 인구의 4분의 3이 이곳에 몰려 있는 셈.
통상 에이즈에 걸리면 국가가 나서 적극적으로 간섭하기 마련이다. 환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일종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다. 전염을 막기 위해서다.
허나, 노 선교사가 살고 있는 레소토왕국을 포함한 남부 아프리카는 얘기가 좀 다르다. 국가적인 차원의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 환자가 너무 많아서 일종의 ‘선’을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에이즈에 걸려버린 사람들도 혈액검사를 안 받으려 한단다. 대낮에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팍팍 쓰러지는 건 다반사다.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사인(死因)이 뭐냐 물으면, 폐병이나 위장병 등 다른 질병으로 죽었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에이즈가 원흉이라고 털어놓는다.
넬슨 만델라 前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남도 에이즈에 걸려 죽었으니, 제아무리 노벨 평화상을 받은 존경받는 인물이라 해도 속수무책으로 번져가는 에이즈 앞에선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어지간한 전쟁도 이보다 처참할 순 없어. (국가적 차원에서) 컨트롤이 안 되니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당께. 어린 아그들 아부지, 어무이가 에이즈 걸려 죽어버리니… 부모 잃고 오갈 데 없는 아그들 나라도 거둬 길러야제.”
그의 집에는 현재 부모 잃은 고아 11명이 살고 있는데, 그 중 5명이 에이즈 환자다. 부모가 에이즈 환자일 경우 아이가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50대 50이다. 아직은 그저 그가 기거하는 집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만 데려와 키우고 있지만, 근원적인 대안은 ‘교회 개척’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복음으로 아프리카에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야 에이즈 문제가 근절된다는 논리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 해도 에이즈 환자들과 사는 게 위험하진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에이즈가 위험하진 않다. 에이즈 감염 부모로부터 출생을 통한 수직 감염, 수혈, 성관계 이 3가지 외에는 위험하지 않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다치거나 해서 상처난 부위에 약을 발라줄 일이 있을 땐 고무장갑을 끼고 한다”고 덧붙였다.
레소토왕국 제1호 한인 선교사인 그는 15년 전 수도 마세루에서 개척을 시작했고, 지금은 외곽 지역으로 옮겨 확장해 가고 있다. 처음엔 교회가 작아 교인수 10명이 채 안 됐지만, 어느새 1천명 규모로 자라났다. 이런 식으로 세운 교회가 벌써 교회 5곳이나 된다. 지금은 그가 세운 원주민 목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목회하고 있다.
그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으니, “에이즈로 부모 잃은 고아 100명을 키우다 가는 것”이라고 나지막히 답한다. 그는 조만간 또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새처럼 날아갈 테다. 두 손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득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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