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최근 쏟아진 폭우로 북한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평양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실이 2일 현지상황을 분석한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북한에 대한 즉각적인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상황이다.


유엔은 앞서 지난 6월에도 북한 주민 2천400만명 중 3분의 2가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 수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유엔 조사단은 지난달 31일 방북해 평안남도와 강원도를 직접 둘러봤다.


일단 미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백악관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도 "국무부나 유엔에 문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홍수피해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위로의 뜻을 표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에 대해 미국 내 보수세력의 반발이나 올 가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은 물론 한국이나 다른 우방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의회 내에서 대북 식량지원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농업법 개정안이 다뤄지는 상황에서 만일 미국 정부가 대북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국제기구를 활용한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북한에 지원할 식량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과 식량(영양) 지원을 연계했던 북한과의 `2.29합의'를 통해 24만t 가량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사 등과 북한에 지원할 물량을 사들이는 절차를 이미 밟았다는 후문이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2일 "북한 핵문제와 식량지원을 연계했던 2.29 합의에 대해 미국 내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라면서 "순전히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지원방식도 세계식량지원(WFP) 등 국제기구를 활용해는 방안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08년 5월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가 세계식량계획(WFP)와 비정부기구 등을 통해 각각 40만t과 10만t씩 50만t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08년 9월 분배 투명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17만t이 북한에 전달된 상황에서 지원이 중단됐다.


이후 미집행분 33만t을 놓고 그동안 몇차례 북한과 미국, 국제기구간에 논의가 있었지만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한반도 상황과 북핵 국면의 악화 등이 겹치면서 사실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대북 식량 문제는 철저하게 북한의 식량난을 감안해 결정하는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식량지원을 하더라도 그 파장은 핵문제 등 다른 현안에도 미칠 수 있다"면서 "경색돼있는 북미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이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