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영성의 만남>. 지성과 영성의 만남 이어령·이재철 | 홍성사
스승의 스승, 멘토의 멘토에게 길을 묻다

‘지성과 영성’, 이어령 박사와 이재철 목사의 지난 2010년 양화진문화원 주최 대담을 묶은 <지성과 영성의 만남(홍성사)>이다. 당시 이들은 삶과 가족부터 교육, 사회, 경제, 정치, 세계, 문화, 종교까지 각 분야에 걸쳐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세상의 시류를 거슬러, 우리의 가슴에 묵직한 ‘돌직구’를 연이어 꽂아넣는다. 두 사람은 각각 지성과 영성의 관점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부터 성장과 분배, 보수와 진보, 지역과 세계, 일반 문화와 기독교 문화, 종교와 이념, 자살과 성(性), 심지어 주택과 교육문제까지 넘나든다. 신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부터 삶의 순간마다 찾아오는 구체적인 고민까지, 이들의 대담은 ‘토크 콘서트’의 원조이며 기독교인들의 진정한 멘토라 하겠다.

탁월한 비유와 날카로운 통찰, 때로는 넉넉한 유머까지 보여줬던 두 멘토는 책을 출간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목사님과 만나 대화할 수 있었던 행운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수줍은 내 신앙생활에 더 큰 불꽃을 켜게 됐다(이어령 박사).”, “우리 시대의 석학이신 선생님과 대담하는 것이 제게는 무척 버거운 일이었지만, 저로 인해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던 대담의 무게와 균형을 선생님께서 잘 잡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지성과 영성의 만남’은 지난해 ‘문화로 성경읽기’에 이어 올해 ‘성경 스토리텔링’으로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주제들도 모두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라니 반갑다. 휴가철을 맞아 두 사람의 공식 대담이 잠시 쉬어가는 7월, 수박화채를 먹는 듯한 ‘시원함과 후련함’을 느낄 수 있는 두 사람의 대화를 읽으며 그 허전함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 5:14)” 이 한 구절로부터…

그리스도인이 빛으로 산다는 것
김남준 | 생명의말씀사 | 357쪽

<예배의 감격에 빠져라>, <게으름>, <개념없음>의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돌아왔다. <그리스도인이 빛으로 산다는 것(이상 생명의말씀사)>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산상수훈 중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말씀을 근간으로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까지를 풀어나간다.

김 목사는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심지어 암송하고 있을 이 짧은 구절을 놓고 다양한 신학적·학문적 분석을 시도한다. ‘빛이란 무엇인가’, 즉 빛의 본질을 놓고서는 신학은 물론 현대물리학과 철학적 지식까지 동원되고,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인물들의 여러 어록까지 등장한다. 여기에 목회를 하며 겪은 실제적 이야기까지 예를 들면서 윤리적·도덕적·실천적 담론으로 나아가면서, 이 책은 ‘고3처럼 공부하는 목사’로 알려진 김남준 목사의 면모를 잘 나타내고 있다.

책에서 김 목사는 기독교의 힘을 사상과 윤리, 은혜의 힘으로 정의한다. “지성으로써 하나님의 지혜를 아는 것이 사상이라면, 의지로써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윤리이며, 은혜는 이런 삶을 가능케 하는 하나님 사랑의 감화입니다.” 그는 목회 사역의 요체에 대해 빛으로 풀어낸다. “인간의 마음에 그 빛을 가득 담아 성도들로 하여금 그 빛을 사랑하고 그 빛을 마음에 적용하여 그 빛의 사람이 되게 하고 그 빛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김 목사는 결론에서 “하나님 자녀들 최상의 소명은 이 세상에서 ‘그 빛’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그 빛을 소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또 우리처럼 세상도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창조 목적을 따라 세상을 완성하시는 날까지 그 나라의 도래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책을 2주만에 썼다고 한다.

두툼한 신학서적 한 권으로 무더운 여름을 알차게

삼위일체와 교회
미로슬라브 볼프 | 새물결플러스 | 538쪽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책과 씨름하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로 꼽히는 미로슬라브 볼프의 <삼위일체와 교회>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한국교회 신학 발전을 위해 꾸준히 좋은 저작들을 소개하고 있는 새물결플러스가 펴낸 이 책에서는 개신교와 가톨릭, 동방정교회 등 기독교 3대 교파의 ‘교회론’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볼프는 삼위일체 이해를 기반으로 교회론을 탐색하면서, 은혜의 공동체인 기독교 교회에서 인격들과 공동체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살피고 있다. 교회에 대한 이해를 위해 최초의 침례교도인 존 스미스의 교회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아,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가톨릭 교회론’과 존 지지울라스 총대주교의 ‘동방정교회 교회론’까지 비판적으로 탐구,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교회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고찰한다.

볼프는 “교회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개신교 교회론에서 나타나는 개인주의적 경향에 도전하고 인격과 공동체 모두 지당한 관심을 받게 되는 ‘실천 가능한 교회’에 대한 이해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삼위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교회에 대한 이상을 제시하고, 삼위일체의 공동체 적용을 모색한다.

영향력 있는 신학자 볼프의 저작은 <배제와 포용(IVP)>도 곧 출간될 예정이어서, 지난 2008년 발간된 <베풂과 용서(복있는사람)>까지 ‘3종세트’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외에 <개혁주의 조직신학(부흥과개혁사)>, <개혁주의 세례신학(CLC)>, <개혁신학의 전통과 유산(킹덤북스)> 등 쏟아지고 있는 개혁주의 신학서적들도 도전할 만하다.

▲텍스트가 설교하게 하라월터 브루그만 | 성서유니온선교회 | 392쪽
여러분의 설교에는 성경 말씀이 몇 프로(%)?

<텍스트가 설교하게 하라(성서유니온선교회)>. 얼핏 들으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책 표지에 머리를 싸맨 모습으로 등장하는 세계적인 성경학자이자 설교자인 월터 브루그만의 강렬한 표정은 오늘날 넘쳐 흐르고 있는 수많은 설교들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지적하는 듯 하다. 탁월한 비유는 있지만 그 기초가 되는 성경이 없고, 감동적인 간증과 예화는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빠져버린 설교 말이다.

목회자들은 설교를 ‘잘 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한다. 연습도 많이 하고, 명설교도 따라해 보고, 수많은 방법론과 세미나, 연구서도 뒤져본다. 모든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저자는 위험하고 전복적이며 때로는 모욕감을 줄 수 있음에도 ‘텍스트’에 관한 확신 아래 거하라고 촉구한다. 이 텍스트를 충분히 신뢰하여 공동체가 형성되면 실망하지 않을 만큼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어디서나 설교 이전에 존재하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세력이 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성경에 충실한 설교는 ‘위험한 행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마땅히 설교해야 할 내용’은 회중 가운데 존재하는 이념적인 열정과 상반되고, 설교자 스스로의 자의식과도 상충되는 일종의 대안에 해당한다. 이렇게 설교는 설교자와 회중 모두에게 두려움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며, 그 안에는 위로와 거슬림이 모두 들어있다.

저자는 복음적인 설교가 오늘날 전혀 새로운 문화적 인식론적 상황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16가지 논제들을 제시하고, 이같은 ‘설교의 비상사태’를 맞아 양자택일을 촉구하는 설교, 세계를 다시 묘사하는 설교, 현실을 달리 해석하는 설교, 진실을 말하는 설교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방법론보다는 좋은 설교, 이 시대에 필요한 설교, 우리가 잃어버린 설교가 무엇인지 핵심적이고 대담하게 말하고 있다.

격동 25년, 서구 중심에서 전세계로 확장된 선교운동

랄프 윈터의 비서구 선교운동사
랄프 윈터 | 예수전도단 | 296쪽

여름은 또한 ‘선교의 계절’이다. <랄프 윈터의 비서구 선교운동사(예수전도단)>는 선교와 기독교 역사를 동시에 반추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책이다. 세계 선교의 흐름을 바꾼 ‘격동 25년’을 선교학의 거장이자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천재’ 랄프 윈터 박사가 날카롭게 짚어냈다.

랄프 윈터는 격동 25년의 한가운데 사역했으며, 특히 ‘미전도종족’ 선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선교의 지평을 넓힌 인물이다. 책은 2차 세계대전 후 대부분 기독교 국가였던 서구 열강들이 아시아·아프리카 등지에서 퇴각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기독교는 놀랍게 성장했다면서, 세계교회협의회(WCC)와 가깝게 사역하던 전통 교단들의 복음전도에 대한 관심이 쇠퇴하리라고 예견했다.

그리고, 이제는 서구권보다 훨씬 더 강력한 타문화 선교사 파송운동이 이 지역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격동 25년’은 오늘과 내일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올 여름에는 앞서 소개했던 <예루살렘 전기(시공사)>나 <종교개혁의 역사(CLC)>를 비롯, <러시아 정교회 한국선교 이야기(홍성사)> 등 다른 ‘역사서’들도 풍성하다.

예수님과 함께, 고전의 바다에 빠져보자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찰스 M. 월든 | 브니엘 | 336쪽

나온지 100여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독교인 대부분이 알고 있는 ‘고전’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브니엘)>가 증보판으로 다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삶에서 직접 부닥치는 절실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수많은 문제들에 둘러싸인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기본’일지 모른다. 지난해 나온 <제자도의 본질(토기장이)>의 저자 플로이드 맥클랑은 한발 나아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가 아니라, ‘지금 내 안에서 나를 통해 예수님이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가’ 질문하라”고도 했다.

꼭 이 책만이 아니라도, 잘 알려진 ‘기독교 고전’들을 비롯해 성 어거스틴, 칼뱅, 조나단 에드워즈, C.S.루이스 등 유명 저자들의 저작과 함께 여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최근 ‘신흥 고전’의 가능성을 보이는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2(포이에마)>도 출간됐는데, 이 책은 7년 전 예수와의 저녁식사 이후 기독교인이 된 닉이 ‘기독교인으로서 삶’을 고민하던 중 예수님을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처드 벡스터의 <참 목자상(생명의말씀사)>도 나왔다.

▲콰이어트 수전 케인 | RHK | 476쪽
쉿! 이제는 ‘내향적’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콰이어트(RHK)>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계’가 중시되는 사회생활 속에서, 어쩌면 기독교인들까지도 분위기 잘 띄우고 싹싹하며 활발한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 수잔 케인은 책에서 “정작 세상을 바꾸는 건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에게는 QT나 기도의 힘을 연상시키며, ‘하나님 형상’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면서 발전시켜 나가라는 격려로 삼을 수 있다.

‘한 손엔 성경을, 한 손엔 신문을’이라는 유명한 경구처럼, 일반 영역에서도 배워야 할 지식과 지혜는 결코 적지 않다. 좋은 신앙·신학 서적들이 많지만, 일반 서적을 한 권 고른 것은 우리의 사명이 소통과 교류를 통한 선교와 전도에 있음을 잊지 말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