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북한이 리영호 총참모장을 해임하고서 곧바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원수' 칭호를 붙인 데 대해 미국 언론은 절대권력(absolute power) 강화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언론은 리영호의 해임과 김정은의 원수 칭호를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김정은이 노동당을 통해 군부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또 이런 권력 기반의 개편 의도가 대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몇 개월 이내에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인터넷판 보도에서 "이번 조치는 김정은이 자신의 절대적 권력을 강화하고 당과 군의 많은 원로에게 이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두 가지 포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미 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에게 이 타이틀은 사실 불필요한(redundant) 것처럼 보이지만, 발표 시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외부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강경파로 인식되는 리영호 총참모장의 해임 이틀 뒤에 곧바로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120만명의 병력을 가진 군부를 장악했음을 배로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인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 등은 김정은 친위 조직 및 당과 군부 사이에 내부 갈등이 있으며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권좌에 오른 김정은이 7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원로들에게 막후 통치를 맡기거나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이 완전히 손에 넣은 군을 토대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무기와 핵 기술에 쏟아붓는 미미한 자원으로 가난에 쪼들리는 2천400만 국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한미 당국자들이 관측에 분분하다고 WP는 설명했다.
그가 군사 부문을 덜 중시한다거나 경제 개혁을 본격 추진한다는 징후는 없지만 '김정일 선군정치'의 간판 얼굴을 내친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이 확고한 리더십을 갖춘 만큼 그의 의도는 몇 개월 내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이 군에 대한 지휘권을 강화하고 군부 최고위층을 재편함으로써 이들을 순종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의 해석을 인용해 북한이 리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고 현영철 차수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은 김정은이 노동당의 커진 권력을 활용해 군을 통치하고 권력 장악력을 확고히 하려는 시도라고 봤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파워 게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노동당이 군부를 상대로 1라운드를 이겼다는 뜻"이라면서 "단순한 군부 재편이 아니라 파워 엘리트 집단 전체의 재편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김정은이 최근 연설에서 '노동당의 군대'라는 용어를 여러 차례 사용한 점을 들었다.
김정일 밑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군부의 정치적인 힘을 빼는데 그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경희 노동당 비서 등 '로열패밀리'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노동당을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고 나서 그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인지한 데 따른 대응인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선제 조치인지는 전문가들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도 그의 행동이 외교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암시는 아직 없다고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대 후반인 김정은이 권력 승계 7개월 만에 원수 칭호를 받은 점에 주목했다. 북한을 세워 50여년간 통치한 김일성 전 주석은 1992년에서야, 또 17년간 북한을 지배한 김정일은 사망하고 2개월이 지나서야 '원수 칭호'를 수여받았다는 것이다.
WSJ는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지난 4월 2명의 군 지도자를 제거하고 3명의 민간인을 군에 배치한 데 이어 리영호를 숙청한 것은 김정일 사망 직후 군부에 의존하던 김정은의 지배 성향의 변화라고 전했다.
영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아이단 포스터-카터 리즈대 명예 선임 연구원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리영호의 추방과 노동당 비서 출신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임명은 김정은과 노동당이 군부에 누가 보스(boss)인지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CNN도 김정은이 권력을 강화하려는 가운데 나온 이번 조치가 "북한 군부와 민간 엘리트 사이 권력 싸움의 징후"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