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공회에서 성전환자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하는 법안이 지난 월요일 최종 통과됐다고 크리스천포스트에서 보도했다.

12일(목)까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 77회 전국 주교 회의 참석자들은 성공회 안에서 동성간 혼인미사와 성전환자의 사제 서품을 허용하는 안건에 대해 찬성 111, 반대 41, 기권 3표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통과된 개정법안에는 "누구도 삶과 예배, 교회 치리에 있어서 인종과 피부색, 민족적 배경, 출신국, 결혼 상태, 성별, 성적 기호, 성 정체성과 표현, 장애 또는 나이에 의해 정당한 권리와 평등한 지위가 차별 받거나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되어 있다.

또한 법안에서는 "한 사람의 내면에서 '남성' 혹은 '여성'으로 인식되고 있는 성적인 정체성을 실제 삶에서 표현하는 것(동성애자 혹은 성전환자 등) 때문에 교회 사역의 기회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정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성(性)과 상관 없이 자신이 생각하고 인식하고 있는 성 정체성을 따라가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하고 호르몬제를 복용하거나 이성(理性)의 옷을 입는 '크로스 드레싱'을 통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이들이 사역의 기회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3년 11월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 사제를 주교로 임명하면서부터 시작된 미국 성공회 내 보수파와 진보파 간 갈등은 결국 분열을 낳아, 보수파들은 미국 성공회에서 탈퇴해 북미 성공회를 새롭게 조직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미국 성공회는 전체 성도수가 2백만 명 이하로 감소했으며, 이번 회의에서는 이에 따른 재정 감소를 메우기 위해 뉴욕에 있는 교단 본부를 팔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세계 성공회 내에서도 미국 성공회의 동성애 포용 정책은 보수파 회원들의 극렬한 반대를 불러와, 전체 7천7백만여 성공회 회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3천5백만여 보수파 회원들을 대변하는 세계성공회미래회의(GAFCONO)의 결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윌리엄스 대주교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세계성공회 리더십이 동성애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미국 성공회는 동성애자 사제 허용 외에도 교회 내에서 동성 커플들을 축복하는 의식을 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을 2003년 통과시키기도 했으며, 세계성공회 내에서는 미국성공회 외에 캐나다 성공회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의 진보파와 ‘동성애자들을 보호하되 동성애는 분명한 죄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의 보수파 간 갈등은 따라서 지역적으로는 미국과 캐나다 교회, 그리고 기타 세계 성공회 간의 갈등 구도로 대표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