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역사상 첫 민주대선에 승리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당선자가 기독교인과 여성을 각각 부통령으로 임명한다고 26일 CNN이 보도했다.

무르시는 당선 확정 직후 “모든 이집트인들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의 단결을 호소한 바 있다. 이는 보수 이슬람단체이자 그의 지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였으며, ‘여성, 기독교인’ 을 부통령으로 임명하는 노력 역시 이같은 이유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집트 헌법은 1명 이상의 부통령 임명을 규정할 뿐 그 수는 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이집트 기독교인들은 기대감을 표하는 한편 보수파 무슬림인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 전체 인구 8천만 명 중 10%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아래 갖은 박해와 차별을 받아왔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일자리를 얻는 데 어려움을 얻기도 하고, 툭 하면 신성 모독을 했다며 무슬림들에게 구타 당하기도 했다.

법대생인 마리아나 라피크 씨는 걸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모든 이집트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좋은 시작이다. 무바라크 정권 밑에서 극심한 차별대우를 받았던 우리같은 기독교인들은 그가 말 뿐 아니라 행동으로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행동을 취하길 바라고 있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콥틱 교인(이집트 기독교인)을 위한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나집 가브리엘 씨는 인터뷰에서 “무르시는 기독교인들의 핵심 요구를 신속히 이행함으로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면서 “교회 건축을 위한 규율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내놓고, 종교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는 어려움이 없어지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교회를 향한 공격과 폭력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명한 정치인이자 콥틱 교인인 모나 막람 에비드 씨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는 “무슬림형제단의 대통령 후보였던 무르시가 여러가지 공약을 내놨지만, 실제로 기독교인들은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데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의회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무슬림들로 인해 법안이 상정되더라도 통과돼 실효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한편, 이집트 기독교인들 대다수는 무르시의 라이벌이었던 샤피크를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집트는 의회를 해산시킨 군부가 입법권을 장악하고, 예산감독권, 군 통수권까지 장악한 상태여서 무르시가 사실상 실권없는 '식물 대통령'이란 말도 나오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무르시는 당초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우려던 샤테르 후보가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급조된 후보라 정치적 기반이 없고 대중적 인지도도 낮은 상태다. 중립성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당선 직후 무슬림형제단을 탈퇴하기는 했으나 정치적 기반이 없는 무르시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무슬림형제단이 권력 기반을 넓히면서 이슬람 국가 건설이란 목표 아래 여성 인권 등 폐쇄적 정책을 펼칠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대사 브라이언 스틸러 씨는 이집트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두려움인데, 결국 미래에는 종교적 자유가 주어질 것이라는 것과 주님께서 그들을 담대한 증인으로 세우실 것을 신뢰한다면,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교인들에 격려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