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목회를 오래 경험한 목회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가운데 ‘이민 목회는 한국과는 토양이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목회지를 옮긴 목회자들도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1970년대 한국교회에서 명성을 떨치던 목회자들이 미국 이민교회에서는 교회를 크게 영향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을 보면, 이민 목회에 한국과는 다른 꼭 필요한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시애틀 목사회 모임에서 설교하는 최인근 목사ⓒ김브라이언 기자

시애틀 빌립보 교회 최인근 목사는 그 필요를 ‘섬김’이라고 말한다. 이민목회는 한국 목회에 필요한 뜨거운 기도와 말씀의 능력은 기본이며, 목회자가 섬김의 본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시애틀에서만 30년 가까이 한 목회지를 섬겨 온 최 목사는 “이민목회는 많이 섬기는 목회자가 많이 사랑받고, 또 그런 교회가 부흥하는 토양”이라며 “이민 교회 목회자는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철저한 소명 의식과 함께, 자신에게 맡겨진 영혼들을 향한 사랑과 섬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애틀에서만 30년을 살다보니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교회에 정말 악한 사람, 못된 사람들 많았습니다. 교회가 교인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목회자가 말로 할 수 없는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것을 보며 가슴을 치며 함께 아파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지요. 그러나 이민 목회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명입니다. 그동안 성도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섬길 때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목회자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자유함을 소유해야

최 목사가 붙잡았던 또 다른 목회 철학은 ‘자유함’이었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부귀영화와 누군가로 부터 섬김을 받는데서 부터 “자유 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민 교회 목회자로 올 정도면 세상에서 경쟁해도 큰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겠지만, 하나님 앞에서 목사로 헌신했다면 주께 모든 것을 맡기고 내게 주신 영혼과 이웃을 섬겨야 한다”며 “행복한 목회를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에서 자유하는 내려놓음을 소유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상을 바라보며 그것의 헛됨을 동경하지 말고, 또 사람의 방법으로 쉽게 목회하거나 인생을 허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하나님의 방법대로 목회해야 하고, 인생을 가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하면서도 소중하고 복된 진리입니다.”

이민 목회에서 경계할 것, ‘사람의 맹신’

최 목사는 이민 목회의 위험성 중 하나로 ‘사람의 맹신’을 꼽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목회하는 가운데 자칫 사람을 의지하며 교회 부흥의 꿈을 꾸다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는 “목사가 사람을 믿을 때, 하나님은 그 사람으로부터 어려움을 겪게 하신다”며 “절대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교회를 위해 목숨을 걸 때, 교회가 부흥되고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목사는 “이민 목회는 힘들기 때문에 보람 있는 것이며, 풍족한 환경에서 목회하는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은혜의 자리”라며 “이민 목회에서 오는 크고 작은 고통을 축복으로 여기고 하나님 나라의 꿈과 희망을 가지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