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는 “한국이 창조론자의 요구에 굴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네이처가 이렇게 보도한 배경은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서에 실린 시조새와 말의 진화 과정을 묘사하는 그림 등을 삭제하기로 했으며 일부 교과서 출판사들도 해당 내용들을 삭제하기로 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 내용을 접한 미국과 전세계 네티즌들이 조롱하고 있다는 보도도 관련 뉴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가 그렇게 결정하게 된 것은 한국의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의 청원을 받아 들인 결과입니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는 성경적인 창조론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만든 기독교 단체입니다. 결국 창조론을 주장하는 기독교 단체가 청원한 것을 받아 들였기 때문에 창조론자들에게 굴복한 것이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우선 창조론자들로 구성된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에서 삭제를 청원하지 않아도 시조새와 말의 진화 과정을 담은 그림은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우리가 흔히 시조새라고 부르는 화석은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고 나서 2년 후에 발견된 것입니다. 모두 11개의 비슷한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화석들은 파충류의 특징과 새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진화론은 자연의 선택과 도태의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종에서 또 다른 종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변화해 간다는 이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에서 종으로 변하는 진화론이 입증이 되려면 수 많은 중간 화석이 발견이 되어야 합니다. 시조새가 크게 주목을 받은 이유는 파충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새로 진화했다는 이론에서 요구하는 중간 단계 화석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단계라는 주장은 2011년에 중국에서 발견된 새로운 형태의 조류 화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결정적인 수정이 이루어집니다. 많은 고생물학자들이 시조새를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형태로 보는 대신에 두발로 서서 민첩하게 움직이던 육식 공룡으로 재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조새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중요한 의미인 중간 형태 화석의 의미가 없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간 화석이 가장 많이 발견된 경우가 말이기 때문에 말의 진화를 보여 주는 그림이 많이 사용됩니다. 말로 분류될 수 있는 화석들의 종류도 많고 숫자도 많기 때문에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경우이기도 합니다. 현대 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작들은 전통적인 진화론에 많은 수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말의 진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얻은 중요한 결론에는 댜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진화는 가장 고등한 형태를 향하는 식으로 한 목표를 향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화는 방향성을 가지지 않는다.” “새로운 종은 수없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흔히 볼 수 있는 말의 진화 과정을 담은 그림의 의미와는 많이 어긋나는 결론입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이 더 많은 지식을 쌓으면서 시조새와 말의 진화도는 그 의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창조론자들이 삭제를 요구하지 않아도 원래 삭제해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오히려 창조론이 던져야 할 더 큰 질문이 있습니다. 미생물 단계에서 관찰되는 진화에서 종의 탄생에 이르는 진화론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이 기울이는 탐구적인 노력에 던져야 하는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진화의 법칙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진화가 생명의 발달을 정하는 법칙이라면 그 법칙은 어디서 나왔는가라는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