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미국에서는 메모리얼 데이를 계기로 휴가철이 시작되어 많은 가정들이 휴가를 떠납니다. 저는 Grace 와 함께 지난 주간 가까운 해변가를 다녀오며, 좋은 시간을 가졌는데, 이 기간이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영혼과 육체를 새롭게 하는 좋은 리트릿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가족 휴가를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간단히 나누고자 합니다.

월요일 오후 짐을 챙겨 떠나면서 약 3-4시간 운전 거리, 우리는 많은 마음 속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늘 서로가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에 쫓기며 살기에, 제대로 마음 속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참 힘든 현대인들입니다. 그저 피상적인 대화가운데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내면에 깊이 감추어진 슬픔과 고뇌, 어려움, 분노, 두려움, 염려등을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나눈다는 사실 자체가 치유와 회복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도, Grace에게도 사실 숨겨진 아픔과 상처가 있었습니다. 슬픔과 분노를 제대로 표현 못하고, 미처 하나님께도 가지고 나가지 못했고, 그저 안으로 꾹꾹 누르며 참아야 했던 여러가지 아픈 기억들을 나누면서 이번 기간 기도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매일 밤 10시를 함께 예배하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가족 휴가가 무엇보다 가족들이 서로의 마음을 진정으로 나누고 토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대화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계획되어진다면 의미있는 리트릿이 될 것입니다.

이번 우리의 가족 리트릿의 백미는 밤 10시부터 갖는, 찬양과 성경 공부 및 기도로 이어지는 예배시간 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시간을 구별하여 드리는 훈련을 한 거지요. 교회 예배는 정해진 시간 내에 예배를 끝내야 된다는 부담감이 늘 있었는데, 리트릿의 매력은 하나님 앞에서 제한없이 시간을 갖고, 충분히 찬양하고, 충분히 기도하고 충분히 말씀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음껏 주님앞에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때로는 한번 시작된 예배가 4시간이 흘러가기도 하지만 저나 Grace 나 전혀 길다는 생각을 못하고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을 엔조이 했습니다. 어떤 날은 좀 피곤했는지, 밤 10시 전에 잠이 들어, 10시 예배를 스킵하거나 다음 날 아침으로 미루고 싶은 충동이 간절할 때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날은 9시 경에 예배를 드리고 좀 일찍 자고 싶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효과적인 리트릿이 되기 위하여는 하나님 앞에 약속한 시간을 엄수하는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님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태도 자체가 주님을 경홀히 여기는 태도인 것 같아 이번 리트릿 기간동안 우리는 시간 엄수를 철저히 지켰는데, 하나님께서 우리의 중심을 받으시고 기뻐하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 졸려웠던 날, 성령님께 도우심을 요청하고 일어나 앉았는데, 그 날은 평시보다 더 강력한 기도의 영이 임하여 오랜 시간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예배 시간들을 통하여 Grace 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하나님의 진리를 배웠다고 좋아하며, 늘 반주에만 익숙하여 목소리로 주님을 찬양하는 일에 게을렀던 일을 반성하기도 하였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려 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자 시간과 마음과 육체를 드릴 때마다 주님께서 즉각적으로 우리의 마음 속에 부어주시는 기쁨을 경험하며, 예배를 하나님께 올려드린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리트릿을 통하여 Grace 나 저나 더욱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낮에는 비치에 누워 독서도 하고, 낮잠도 자고, 해변가를 걷기도 하는 등, 가능한 밖에서 시간을 보내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육체를 재충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주일 설교 준비도 하였고, Grace 는 여름 인턴직장에서 이번 주까지 요구하는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그런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일을 리트릿의 한 부분으로 계획하여 일을 즐겁게 하는 훈련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철석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끝없이 펼쳐진 해변가나 눈부시게 빛나는 신비의 바다를 바라보며 설교를 준비하는 동안, 부담과 긴장이 된다기 보다는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였습니다. 이렇게하여 이번 가족 휴가가 영혼과 육체를 하나님 안에서 재충전하는 의미있는 리트릿이 되었음을 주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