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교회 가는 길에 할리데이비슨 딜러십이 있습니다. 미국의 아이콘이라고 불리우는 모터사이클 이름입니다. 한 때 문을 닫을 뻔 했었지만 회생한 후에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이 팔리고 더 많이 사랑받는 미국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금요일 아침에 지나다 보니 넓은 주차장 가득히 텐트가 세워졌고 탁자들이 차려졌습니다. 바베큐에서 맥주 코너에 이르기까지 주차장을 둘러싸고 차려졌습니다. 점심 때 지나다 보니 주차장에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와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딜러가 준비한 메모리얼 데이 파티였습니다.

해마다 메모리얼 데이가 되면 전국에서 바이크 족이 수도로 모입니다. 워싱턴 디씨에서 벌어지는 메모리얼 데이 기념 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워싱턴 디씨 수도권에 연결된 페어팩스 카운티도 금요일 아침부터 주변이 시끄럽습니다. 곳곳에서 바이크 족이 보입니다. 디씨 도심은 물론 30분이나 한 시간 떨어진 변두리까지도 호텔이 가득 찹니다. 호텔마다 수십 대씩 바이크 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메모리얼 데이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아침부터 주일 아침까지 디씨로 들어오는 프리웨이와 하이웨이들은 끊임없이 진입하는 바이크 족들이 줄을 잇습니다.

다양한 모터싸이클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남녀가 타고 있는 바이크 들도 많지만 옆에 별도로 한 사람 더 탈 수 있도록 붙어 있는 바이크도 눈에 띕니다. 요즘에는 세 바퀴가 있는 바이크들도 눈에 띕니다. 앞에 두 개가 있기도 하고 뒤에 두 바퀴가 있기도 합니다. 핸들이 높이 달려 있는 것도 있고 경주용 바이크 처럼 날렵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메모리얼 데이에 모이는 바이크 들은 땅에 닿을 듯 낮고 옆으로 덩치가 큰 전통적인 할리 데이비슨 스타일이 대부분입니다.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 영령들을 기억하는 국경일에 외국에서 수입한 바이크를 타는 것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특히 요즈음의 바이크 족들은 50대와 60대의 중산층이 주를 이룹니다.

메모리얼 데이는 국가의 부름에 응해 전쟁터에서 산화한 전몰 장성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합니다.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벌어지는 바이크 퍼레이드를 보면서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불량한 이미지를 가졌던 바이크 족이 가장 엄숙한 행사를 위해서 쓰임받습니다. 메모리얼 데이는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파티와 잔치를 즐기면서 추모일을 보냅니다. 전쟁터에서 죽은 이들로 인한 슬픔과 아픔보다도 그들의 죽음이 담고 있는 희망과 긍정의 의미에 더 집중합니다. 바이크 퍼레이드는 커다란 희생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수도권 전체를 들뜨게 만들고 좋은 그림과 무시할 수 없는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대단하지 않은 희생, 그러나 즐거운 희생을 통해서 커다란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메모리얼 데이 퍼레이드와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기초는 바로 예수님의 죽으심이기 때문입니다. 한 때 불량한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위해서 삶의 의미와 목적이 달라 진 것을 보여 줍니다. 슬픔의 십자가를 지시고 고통의 죽음을 당하신 그리스도로 인해서 즐거움과 소망을 누리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작은 정성, 작은 희생을 주께서 받으셔서 하나님 나라의 커다란 역사와 소리를 만들어 내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퍼레이드를 보여 주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