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님의 시(詩)중에서 “다시”라는 시가 있습니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 시를 쓴 박노해 님은 살아가면서 경험한 세상 현실의 부조리로 인해 망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고발하는 시들을 많이 썼는데 이 시에서는 사람에 대한 기대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흠씬 묻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시를 처음 읽으면서 매우 짧은 글이지만 긴 여운이 남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사실 이렇게 ‘사람이 희망’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살아가는 삶의 여건이 척박해도 그 어려운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나 사람을 통해 위로와 힘을 얻을 때인데, 이 시를 쓴 시인은 오히려 사람들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하고, 믿고 살 수 있다고 여기던 사람들에게 배반과 모함을 경험하며 살아왔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라고 고백하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는 거 같습니다.

그 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다가올 때, 불현듯 이 시가 생각이 나곤 했는데, 특별히 살아가면서 사람에 대해 실망하고 사람에 대해 낙심되어, ‘아, 이 세상에 믿을만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래서 ‘이제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 마음이 아리도록 사람이 그리워지고, 그럴때면 시인의 고백을 다시 새깁니다. “그래,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다”라고…

요즘 이 시가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아마도 다시 사람이 그리워지나 봅니다. 그리고 지난 주간 이런 제 마음을 알고 보듬어 주듯, 인터넷을 통해 시인 권혜진 님의 시,”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라는 시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 시를 읽으면서, 다시 ‘아, 그래…그랬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시 / 권 혜 진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
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깊이의 잣대가 필요 없는 가슴,
넓이의 헤아림이 필요 없는 마음
자신을 투영시킬 맑은 눈을 가진
그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삶이 버거워 휘청거릴 때
조용히 어깨를 내어주고
사심 없는 마음으로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마음이 우울할 때 마주앉아 나누는
차 한 잔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고
하늘빛이 우울하여 몹시도 허탈한 날,
조용한 음악 한 곡 마주 들으며
눈처럼 하얀 웃음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내 모습 전부 보여주고 돌아서서
후회라는 단어 떠올리지 않아도 될
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일상에서 문득 그 모습 떠올려지면
그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빙그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에게
참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