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개코원숭이(비비)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은 다른 수컷들에 비해 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병에 걸리거나 다쳐도 남들보다 빨리 회복하는 것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주고 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3일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미국 노터데임 대학 연구진은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지난 27년간 실시된 비비 연구의 기록을 조사한 결과 지위가 높을수록 상처의 치유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두머리 수컷은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억누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런 발견은 뜻밖의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연구진은 또 나이보다는 사회적 지위가 상처 치유 속도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학자들은 "사람이나 동물 사회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개체의 스트레스가 밑바닥 개체의 스트레스보다 적은지 큰지는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두 지위 모두 스트레스를 주지만 지도층에 따르는 몇몇 요인들이 스트레스의 부정적 효과로부터 수컷을 보호해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 연구 결과 제기되는 새로운 의문은 "한 개체가 사회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강한 면역기능 때문인가, 아니면 지도자가 되면 면역력이 강해지는가"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야생 비비 사회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질병과 부상을 27년간 관찰한 유례없는 기록을 이용해 연령과 신체 상태, 스트레스, 번식 노력,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 등이 어떻게 면역기능에서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차이를 일으키는지 분석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지위가 높은 수컷일수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고 번식 노력이 강하지만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 기능이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오히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수컷일수록 병에 덜 걸리며 병에 걸리거나 다쳐도 회복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낮은 지위와 관련된 만성적 스트레스와 고령, 좋지 않은 신체 상태 등이 하위계급 수컷들의 면역 기능을 억제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들은 "사회적 맥락과 생리학, 면역과 관련된 건강상의 손익 사이의 복잡한 상호관계가 밝혀진 것은 학제간 연구 덕분"이라면서 "이는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에서 사회적 지위에 따른 손익을 가려내는 연구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언젠가는 사회적 지위가 죽음과 질병에 미치는 효과를 밝혀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