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보통 3막으로 되어 있고 길어야 5막이나, 인생은 1막뿐이며 다만 장면만 바뀌어 1막 5장이다. 유년, 소년, 청년, 장년, 노년이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시니어의 나이가 중구난방으로, 맥도날드는 매장마다 달라 55세에서부터 60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골프장은 더 심해 엿장수 마음이다. 단골 골프장에 60을 기다려 당당히 시니어 카드를 요구했더니 1년후에 오라 하고, 점점 상향조정 결국 63세에 시니어 카드를 받았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국립공원에서도 했는데 이곳에서는 62세에 시니어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유엔이 정한 노년의 나이가 65세라 하니 나는 드디어 인생 일막 5장의 종장에 도달하게 된것이다. 아들 딸 다 출가시카고 또 손자를 보아 녀석이 어느새 소년기에 접어 들었으니 하릴없이 할아버지가 된지 오래되었지만 한번도 노인이라는 생각을 가져 본 일이 없었는데, 유엔이 나를 강제적으로 노인에 편입시켜 버린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살 날이 살아온 날 보다는 적다는 것이다.

한국의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10년말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1.3% 542만명으로 2009년 조사 때의 437만명보다 24% 가량 급증했다고 한다. 이는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하며, 또 고령가구는 2010년 308만7000가구에서 2035년 902만5000가구로 2.9배가 된다고 한다. 발달된 의료기술과 의약품과 건강보험 그리고 복지제도 덕에 수명은 연장되고 있으나 고령의 나이군에 들어선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비례할 것인가 할때 고개를 가로 저을수 밖에는 없다. 노년기에는 각종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본인과 주위사람을 괴롭히게 되는 까닭에 유난히 건강담화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건강상식이 일천했는데 65세쯤되니 박학다식정도는 아니라도 풍월을 읊는 정도는 되어간다.

일예로 알츠하이머병으로 대변되는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주로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이라고 한다. 이 병은 뇌세포가 점점 파괴되면서 뇌조직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뇌기능이 악화일로를 밟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알츠하이머병은 뇌졸중, 암, 심장병과 더불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주요한 사망원인이며 장수사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주범이라고 하니 더욱 고령이란 단어를 65세에 거침없이 가져다 붙인자들이 원망스럽다. 시니어라고 하면 웬지 여유가 있고 멋있어 보아가까지 하는데 고령이라니...! 이러하니 인생은 60 아니 70 부터라고 하는 주장은 강짜로 들릴 뿐이다. 하기는 골프메이트인 C형이나 H형은 7학년을 넘긴지 오래되었지만 이제 노년의 문턱에 들어선 나보다 더 건강하고 티격태격하는 모양이 아직 소년의 티를 못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고소를 금치 못할때가 있다. 노년의 특징중에 하나가 유치해 지는 것이라 하니 나도 아이들 보기에 민망할 정도만 아니면 어린 마음으로 노년기를 복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