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건물은 날림공사로 지어 연탄 화덕에 불을 피워서 레일 식으로 방 구들 밑에 밀어 넣어야 방바닥이 따뜻해서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었다. 혹 구들장이 내려 앉거나 레일이 어긋나면 방이 차가워 겨울 내내 아이 어른 없이 감기와 고열 또는 기침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주일이나 수요예배 때 금요일 밤 기도회 때 기도 받길 원해서 기도해 주면 병이 낫는데, 주거환경과 침실이 차갑기 때문에 또 금방 감기 몸살을 앓게 된다. 그래서 부득이 방 구들이나 아궁이를 살펴 고치고 방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면 건강이 좋아져서 기도해 줄 일이 없게 되기도 했다.

어느 유월 하순께 갑자기 폭우가 여러 시간 쏟아지고 한강둑이 넘치게 될까봐 방송에서 경계경보를 내렸다. 옥수동은 매봉산 기슭의 시유지 무허가 집터라 주로 토양이 석비레 바위 같은 토대이기 때문에 옥외 화장실을 바닥도 깊이 파지 못하고 조금씩 파서 돌아가며 말뚝을 세우고 판자나 스레트 조각 또는 합판 조각으로 가림막을 하고 가마니를 튿어서 화장실 문을 가리우지만 지붕이 없다.

그 때 몇 시간 동안 계속 퍼부은 비가 화장실을 넘치게 해서 아랫쪽 절개지 약 4M 밑에 있는 집 부엌으로 빗물 섞인 인분이 쏟아져 들어갔다. 마침 그 때 내가 그 근처를 지나 갔는데, 그 집 부인이 화장실 주인을 욕하며 나를 보고 큰 소리로 외치기를, 원 교회 다니는 것들이 화장실 하나도 제대로 건사를 못하고 더러운 똥물을 남의 집 부엌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하다니 에라, 천벌이나 받으라고 저주하며 악담을 했다.

그 화장실 집이 성은교회 다니는 모 집사님 집이었다. 얼른 가서 화장실을 살펴보니 석비레 바닥이라 깊이 파지 못하고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즉시 교회로 가서 삽과 곡괭이며, 망치와 정을 가지고 가서 화장실의 오물을 퍼내고 인분이 여러 해 동안 흠뻑 먹어있는 바닥을 더 넓고 깊게 파기 시작했다. 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석비례는 흙도 아니고 돌도 아니고 정을 세워 왼손으로 잡고 바른 손으로 망치를 힘껏 내리쳐도 폭삭 하면서 잘 파이지 않기 때문에 악취를 마시며 인분을 먹은 석비레 가루가 내 얼
굴과 가슴, 팔 다리로 잔뜩 달라 붙었다.

처음에는 냄새가 역겨워 구토할 것 같았지만 몇 시간을 계속 파다보니 코도 만성이 되었는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로지 주님의 영광이 이상 더 가리워지지 않도록 아이들과 혼자 사는 여집사 가정을 위해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봉사했기 때문에 피곤도 몰랐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게 된 사람들이 크게 감동을 받았다는 소문에 교회 부흥의 문은 더 넓혀진 것이다.

목자는 주님의 종으로 맡겨진 양떼를 천국으로 인도해야 하는 사명을 위해 주님의 양떼를 위해서도 섬김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리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고 기뻤다. 벧전5:1-3 “너희 중 장로(목회자)들에게 권하노니 나는 함께 장로된 자요 그리스도의 고난의 증인이요 나타날 영광에 참예할 자로라. 너희 중에 있는 하나님의 양무리를 치되, 부득이함으로 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좇아 자원함으로 하며, 더러운 이(利)를 위하여 하지 말고 오직 즐거운 뜻으로 하며 맡기운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오직 양무리의 본이 되라.”하신 말씀에 더욱 힘을 얻었다.

<계속>

♣최근 굿뉴스미션워싱턴필름(대표 이태봉 목사)이 한국성은교회 장재효 목사의 목회 일대기를 다큐멘터리(http://www.youtube.com/watch?v=ozEoEVL7-qc&feature=player_embedded)로 제작했으며, 기독일보에서는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된 장재효 목사의 목회 에세이 '야향(野香) 장재효(張在孝) 목사의 목회와 선교'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