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나 교회에서 해마다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가정과 가족이다. 아마 어린이주일이나 어버이주일을 지키지 않는 교회는 한 군데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목회를 오랫동안 하신 어느 목사님은 해마다 돌아오는 이 주제를 놓고 어떤 설교를 해야 할 지, 이젠 밑천이 바닥을 친다고까지 하는 우스개소리를 들은 것이 떠오른다.

오늘 나는 가족을 상담학과 연관지어서 “용서”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고 싶다. 과연 상처입은 가족간의 용서가 가능한가? 라는 질문은 상처와 아픔의 근원이 바로 가족인 배경을 안고 있는 문제로 나를 찾아오는 내담자를 대할 때 나를 혼란속으로 집어넣곤한다. 이때 내담자는 상담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정신적, 영적인 거부를 경험할 수 밖에 없게 되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직접 상담하는 경우이건, 학생들이 제출하는 페이퍼에서 나온 이야기이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에게 상처를 입히고 고통을 안겨다 준 부모나 형제 자매 혹은 시부모 등을 용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그들을 용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고백한다. 마음먹은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 원인에는 어쩌면 그들을 용서해 주고 싶지 않다는 분노 혹은 억울함 또는 피해의식이 그의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깊이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냥 이제 용서해 주라고 말하기는 쉬어도, 실제로 오랜 기간동안 억압당하고 눌려오며 아픔과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의 마음에 여전히 뿌리깊이 남아있는 분노, 억울함, 피해의식, 두려움, 수치 등을 쓰다 듬고 대면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그렇기에 전문적인 상담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더 안타깝게 하는 것은 어쩌면 가족을 용서하는 것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것이다. 이젠 그만 내려 놓아야 하는데, 이제 그만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되는데, 내담자는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상담가는 그것을 강요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내담자를 위하여 기도하게 된다. 자신에게 깊은 고통과 가슴을 뜯어야만 하는 상처를 준 가족을 용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너무도 어렵고 힘든 여행이다.

바로 그렇기에 나는 두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우리가 좀 더 가족을 품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내 욕심만 내기보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자세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할 지라도 한 번 닫힌 마음 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치유 불가능해 질 때까지 내버려 두지 말고, 부부사이에, 부모와 자식사이에 서로를 품어주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둘째는, 우리 모두 하나님의 만져주시는 은혜가 그렇기에 더욱 귀하다는 사실을 가정의 달 5월에 깊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은 내가 목회상담가로서 내담자를 위해서 갖고있는 절박하고 절대적인 믿음이다. 너무도 힘들어하는 한 사람의 영혼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믿음을 강요하거나, 나의 상담 지식을 나열하며 자랑하는 것이 아닌, 바로 보이지 않지만 분명 나와 내담자 사이에서 함께 울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깊은 은혜를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러한 하나님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내담자안에서 물밀듯이 솟구치는 용서에 대한 거룩한 부담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가족을 용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믿으며, 오늘도 나는 그 누군가를 기억하며, 그의 눈물을 떠올리며, 그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장보철 목사, 워싱턴침례대학교 기독교상담학 전임교수/ bcchang@wbcs.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