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본질은 세상을 뒤집어엎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는 민중의 아편에 불과하다.”

‘계시와 실천이 뒤집힌 교회사의 모습’을 통렬하게 비판한 자끄 엘륄(Jacques Ellul)의 <뒤틀려진 기독교(La subversion du christianisme·대장간)> 불어완역 개정판이 출간됐다.

한국 자끄엘륄협회장 박동열 교수(서울대)와 협회 이사 이상민 교사(압구정고)가 번역한 이 책에서 저자는 세상을 뒤집어 엎어야 할 기독교가 오히려 실천에 있어 세상에 뒤집혀버린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엘륄은 기독교의 계시와 관련없는 신학화를 비롯해 이교화 현상, 권력과의 결탁, 혼합주의·성공주의, 부유해지고 제도화된 모습, 반여성주의, 대중화, 역사에서 철학으로의 전이 등이 ‘뒤집힌 기독교’가 된 주요 경로라고 밝힌다.

그가 제기하는 ‘근본적인 모순’은 어떻게 기독교 사회와 교회의 발달이 우리가 성서를 통해 읽은 것, 곧 토라와 선지자와 예수와 바울의 분명한 텍스트와 모든 면에서 반대되는 사회·문화·문명을 탄생시켰느냐 하는 것이다.

엘륄은 키에르케고르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신약성서의 기독교보다 더 인간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인간으로 하여금 화가 치밀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독교가 진정으로 전해지면 기독교는 수백만의 그리스도인도 얻을 수 없고, 지상에서의 대가와 이익도 얻을 수 없다. 어려운 점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통해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인간에게 불쾌감을 주는지 보여주는 일이다.”

서기 30년이나 오늘이나 마찬가지로 기독교 계시는 결코 인간의 마음에 들 수 없는데, 지금의 기독교는 신약성서가 의미하는 바가 인간의 생각과 들어맞고, 인간의 마음을 끌기에 적절하며, 마치 이것이 인간 자신의 발명품이나 마음에서 나온 교리인 양 비위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회의 부흥이 교회가 억압적이고 타락한 사회에 맞서고, 박해를 감수할 때 일어났음을 상기하면서 진리와 기독교적인 삶과 신앙의 재출현은 신학자와 신비주의자의 차원, 스스로 형성되고 발현되는 민중적인 흐름의 차원, 교회 안에서 참되고 겸손한 자들의 숨겨진 신비의 차원 등에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교회 안에 ‘남은 소수’는 결단의 순간, 궁지에 몰린 순간, 근본적인 시험의 순간을 맞이할 때 자신의 심지에 불을 붙여 존재 전체를 태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자끄 엘륄은 꼭 100년 전인 191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나 1937년 스트라스부르대 연구부장으로 지명됐으나 비시 정부에 해임된 후 프랑스 정계에 투신해 활동하고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1953년부터는 프랑스 개혁교회 총회 임원으로 활동했으며, <신앙과 삶> 편집주간으로 재직했다. 사후 나치 하의 유대인 가족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준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사회학자, 법학박사, 신학자, 철학자로서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외 수많은 저술들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