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커플 결혼 합법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공화당과 사실상의 대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반대하고 있어 올해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동성커플이 결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결혼에 대해 '시민적 결합'(civil union)으로 충분하다고 여겨 조금은 주저해 온 게 사실"이라면서 "많은 국민에게 '결혼'이라는 단어가 매우 강한 전통과 종교적 믿음 등을 함축한다는 사실을 나는 민감하게 여겼다"고 털어놨다. 시민적 결합은 동성커플을 법으로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부부로 인정하는 것으로 2000년 버몬트주에서 비롯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동성결혼자의 시민·사회적인 권리는 옹호하면서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자신의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evolving)면서 유보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그는 이날 두 딸인 말리아와 사샤의 친구들도 동성커플인 부모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부인 미셸도 그의 결정에 관여했으며 동성결혼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함께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결과적으로 나와 아내가 가장 관심을 두는 가치는 우리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대할 것이냐"라면서 동성결혼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대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다른 사람을 대하라는 '황금 룰'(Golden Rule)도 거론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안 던컨 교육장관도 최근 잇따라 "동성결혼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잇따라 지지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의 언급에 대해 오랫동안 동성결혼을 지지하라고 주장해온 관련 단체는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나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롬니 전 주지사와는 또 하나의 대척이 생겼다.

미국 내 여론도 정확히 반으로 갈린다. 점점 많은 미국 국민이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몇몇 경합주(swing state) 내지 격전지(battleground)에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전날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州)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콜로라도주 하원 공화당원들은 시민적 결합을 허용하는 조치를 각하했다. 이 두 지역은 오바마가 2008년 대선 때 승리한 곳이다. 또 오바마의 두 지지 축인 흑인과 히스패닉도 이 이슈를 놓고 갈라질 공산이 크다.

동성결혼은 6개 주에서 합법적이며 워싱턴DC, 메릴랜드, 워싱턴주는 이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태다. 38개주는 결혼을 이성 간으로 제한하는 법률이나 헌법 조항을 두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