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주 토요일, 미국을 위한 조용한 기도 소리가 7년 째 워싱턴 하늘에 울려퍼지고 있다. 봄부터 겨울까지 찬 새벽공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온 여리고 기도회는 국회의사당, 모뉴먼트 등 D.C. 주요 장소 7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2005년 한국인 은상기 목사(브니엘장로교회 담임 은퇴, 현 평강장로교회)에 의해 시작된 이 기도운동은 현재 미국교회 6개, 한국교회 1개가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그가 리더로 활동하며 미국교회의 참여를 이끌어왔다.

지난 5일(토) 아직 어둑한 새벽 거리를 뚫고 찾아간 국회의사당 앞에는 벌써 이십여명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기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7개로 나눠서 기도하는 곳 중 평강장로교회 기도회가 열리는 곳이었다.

영어로 짧은 말씀을 전한 은상기 목사는 “불가능한 장벽처럼 보이는 여리고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알려주신 방법은 성을 도는 것이었다. 이들은 어리석어 보이고 불가능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 겸손한 믿음으로 순종했고 결국 성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계속 이 기도운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권면했다.

▲설교하고 있는 은상기 목사.

이후 기도회가 시작됐고 ‘미국 입법, 행정, 사법 분야와 대통령을 위해’ ‘동성연애를 인정하는 D.C.가 하나님의 길로 돌아설 수 있도록’ ‘워싱턴 지역 600여 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해’ ‘청소년과 가정의 회복을 위해’ ‘홈리스와 마약에 찌든 이들을 위해’ ‘주일의 성령 충만을 위해’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기도는 인종과 언어를 초월해 하나되게 하는 것일까? 기도회가 끝나자 서로를 부둥켜 안고 연신 “갓 블레스 유(God Bless You)”를 외치는 이들. 따뜻한 포옹이 새벽 찬 공기의 서늘함을 녹였다.

은 목사는 기도회를 시작한 동기에 대해 “1986년에 하나님께서 ‘워싱턴을 변화시키라’는 비전을 주셨는데 너무 큰 것이어서 미루고만 있다가 2005년 시작하게 됐다”며 “미국 교회에 한국 교회가 (복음의)빚진 것을 갚는 길이 미국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곧 한국을 오가며 사역을 하게 될 은 목사는 지난 1년 간 기도회를 이어갈 한인교회를 위해 기도하다 최근 인터내셔널갈보리교회(이하 ICC) 이성자 목사에게 사역을 넘겨주기로 결심했다.

기도회가 끝난 후 근처 커피숍으로 ICC 목회자들을 초대한 은 목사는 마침 다른 지역에서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미국 교회 목회자, 교인들과도 마주쳐 반가운 교제를 나누기도 했다. 7년 간 깊은 교제를 쌓아온 이들과의 작별은 모두에게 아쉽고도 애틋한 시간이 됐다.

▲기도회가 끝난 후 근처 커피숍으로 ICC 목회자들을 초대한 은 목사는 마침 다른 지역에서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미국 교회 목회자, 교인들과도 마주쳐 반가운 교제를 나누기도 했다.

▲7년 간 함께해 온 기도 동역자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은 목사.

▲은상기 목사.
은 목사는 “2000년 역사에서 한국 교회만한 부흥의 유래가 전세계적으로 없었기 때문에 미국교회가 한국교회를 존경하고 있다. 영적 주류에 들어가기 너무나 좋은 조건에 있는 한인교회들이지만 언어의 장벽으로, 또는 개 교회를 돌보는 일에 바쁘다보니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이라면 이제 한인교회들이 1.2세와 1.5세들에게 도전을 주어야 할 때”라며 “교회와 교회가 연합되고 이웃교회들이 자매 교회가 되어서 한 목적을 위해 달려가게 하는 연합 운동이 여리고 기도운동이다. 이제는 한국교회들이 많이 참여해 함께 미국을 위해 기도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은 목사는 “지난 7년간 씨를 심는 작업이었다. 이제 다른 이를 통해 물을 주시고 하나님이 자라게 하시는 것을 보는 것이 내게 남겨진 일”이라며 “기독교인은 비전을 보고 사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바다의 모래와 같이 자손이 많아질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았지만 생전 이삭 하나만 자녀로 낳았다. 그러나 그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를 보고 기뻐했다. 그렇듯 지금 나도 미래, 워싱턴 지역이 찬양, 기도, 예배의 도시가 되고 범죄율이 0%가 되는 그 때를 믿음으로 보고 기뻐하고 있다”고 했다.

독감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성자 목사를 대신해 ICC 이용화 전도사는 “ICC도 여리고 기도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니 신이 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연합을 도모하는 일에 쓰임받을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ICC는 6월부터 7년 간 달려온 여리고 기도회의 바통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