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래 살면서도 떠나온 고향을 그렇게도 못 잊어, 이번에 기회를 만들어 지난 3주간동안 내가 38선 월남 후 공부하고 장가가고 아들 딸 낳고 직장 생활하던 서울을 비롯해 암으로 고생하는 친구가 있는 강원도, 신혼여행을 갔던 충청도, 음식 맛이 뛰어난 전라도의 청산도, 산세가 아름다운 강원도의 설악산, 경포대 등을 잠깐씩이라도 밟고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다시 느낀 것은 한국은 역시 아름다운 나라 라는 자부심이다. 춘하추동이 확실해 춘삼월에는 강남갔던 제비들을 불러 들여 작년처럼 새 집을 짓게 하고 나비와 벌은 꽃을 따라 먼 길을 오가며 자기임무에 충실함을 보여주고 눈요기에도 한 몫을 해 준다. 높고 낮은 언덕에는 한국의 정서가 풍기는 개나리, 진달래, 벗꽃이 만발해 오래간만에 온 귀향자의 발목을 붙잡고 좀처럼 놓지를 않는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땅에서는 아지랑이가 가시면서 뒤따라 천만가지의 새싹들이 시간을 다투며 올라온다. 서민들이 좋아하는 쑥, 냉이, 달래들이 무리를 지어 세상 구경에 한창이다. 연록색 새싹이 돋은 연푸른산은 맑고 깨끗한 산소를 뿜어 내어 오래간만에 신선한 산림욕을 즐길 수가 있었고 이 산 저 산에서 사랑을 구하는 꿩들의 프로포즈와 상대의 응답송은 너무도 환상적이었다.

발 밑에 흐르는 물은 등산객들이 허리를 굽혀 목을 축이게 할만큼 맑고 깨끗했다. 손님을 부른다는 까치는 연상 꼬리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깍깍 거리며 외국에서 온 손님을 환영해 주었다. 정이 많은 내 나라다. 처음 만날 때는 눈도 마주치지 않지만 한번 친해지면 찰떡처럼 가까워져 연인 이상으로 사랑하며 자기 간이라도 빼줄 만큼 정을 나눈다. 아무리 강퍅하고 이기주의에 오염된 세상이라고 해도 한국은 단연 아니다. 만나면 밥 먹자고 하고 무엇 마시자고 하고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하고 떠날 때는 주머니에 용돈을 집어 넣어 주는 곳이 한국이다.

또 이른 아침부터 밤 늦도록 생동력이 넘치는 곳이다. 출퇴근 시간은 전쟁터다. 그 많은 자가용과 만원된 전철과 버스 속 사람들 얼굴에는 무엇을 성취하려는 의욕이 넘친다. 큰 백화점은 물론 좁은 골목까지 그 무수한 사람들과 식당들, 자주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 네온싸인의 불 빛 밑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더욱이 청소년들의 학구열은 세계 어느 나라도 못 쫓아 온다.

주일 낮예배, 수요 저녁예배, 새벽기도회, 구역예배, 철야기도회, 산상기도회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일이다. 기독교인들이 신우회를 조직해서 정기적으로 직장의 복음화 운동을 하는 것도 한국에만 있는 현상일 것이다.

물론 그늘진 곳도 많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그래서 고향을 잊지 못하고 자주 가고 싶다. 갔다 오면 한국의 정과 부지런한 기를 받아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