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10년 동안 이어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제대 군인들이 취직 전선에서도 설움을 겪고 있다.
매트 피조(29)는 법대를 졸업했고 진취적인 성격에 리더십도 뛰어난데다 공군에 4년간 복무하면서 통신 기술과 위성 관련 기술 전문가가 됐지만 직장을 못잡고 있다.
지원한 직장마다 분에 넘치는 자격을 갖췄다거나 나이가 많다 등 온갖 핑계를 대더니 군 경력이 없는 다른 지원자를 뽑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6일 많은 고용주들이 제대 군인이 지닌 기술이나 숙련도를 인정하지 않아 참전 군인 출신 구직자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제대 군인의 실업률은 10.3%로 전체 실업률(8.2%)이나 전체 제대 군인 실업률(7.5%)보다 높다.
게다가 24세 이하 제대 군인 실업률은 무려 29.1%나 된다. 같은 연령대 일반인 실업률보다 무려 12% 포인트가 높다.
이런 현상은 민간 사업주들의 군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지금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군 복무 경력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진 시대이다. 이들은 군대에서 배우는 게 뭔지 전혀 모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재향 군인회' 조사에 따르면 회원 25%가 기술과 능력에 걸맞은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10년 동안 장교로 복무하면서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고 400명의 부하를 통솔한 경력이 있는 톰 타란티노는 "사회에 나왔더니 (거액의 예산을 다루고 사람을 통솔하는) 일을 하기엔 충분한 경력이 없다는 말을 듣고선 기가 찼다"고 말했다.
제대 군인 구직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리사 로서는 "군에서 수행한 임무 가운데 81%가 민간 부문에서 똑같은 일이 있다"면서 "다만 상당수 제대 군인이 군대에서 수행했던 직무를 민간에서 이해하기 쉬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군에서 '영상정보장비 운용유지관'이라는 보직을 맡았다면 이력서를 쓸 때는 '화상 회의 장치를 다뤘다'고 표현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제대 군인이 주는 이미지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사회 부적응에 관한 것으로 가득하다는 점도 참전 경험이 있는 제대 군인의 구직에 장애가 된다.
군 출신이라면 폭력적이고 불안정할 것이라는 오해도 널리 퍼져 있다. 피조는 최근 건설업체에서 철거 분야 비정규직으로 간신히 취직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려는 노력을 중단할 생각은 없다.
그는 "군대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누군가 나를 고용한다면 대박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