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한인 총기 사건이 늘고 있다. 지난 2007년 35명의 목숨을 빼앗고 25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시작으로 띄엄 띄엄 들리던 총기사고가 올해만 벌써 3건이다. 지난 2월 말 애틀랜타 수정사우나 일가족 살해사건과 올 4월 오이코스신학교 총기난사사건, 그리고 얼마 전 애틀랜타 변호사가 한인 남편을 쏘고 자살한 사건까지 끊이지 않는 한인 관련 비보에 교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한인들의 잇따르는 총기 사건으로 미국 사회는 한인의 ‘분노 조절 문제’와 ‘왕따 문제’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지만, 그 원인 제공의 화살은 한인사회로 돌아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인교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4월초 오이코스 총기사건을 다루며 “한인사회는 한인교회 구성원을 중심으로 밀접하게 조직돼 있으며, 좋은 학력이 인정받기 때문에 범인 고수남 씨는 늘 주변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범인 고 씨가 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학력도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기사의 언급을 생각할 때, 그가 사회 부적응아가 되기까지 한인사회 분위기 자체가 몰아낸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가 기사 자체에 묻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범인 고 씨는 학교 내 부적응자로 낙인찍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 씨가 다녔던 오이코스대학은 한인 목사가 세운 대학으로 학생의 절반 이상이 한인이었다는 것도 참고할만한 사항이다.

이미 청소년들의 잇딴 자살로 한국 사회 내 왕따 문제는 큰 화두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조세핀 김 하버드대학 교육대학원 교수는 “한인교회는 실제보다 더 강하게 한국 문화의 특성이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한인교회에서는 한국 문화의 장점도 강하게 드러나는 반면 단점도 못지 않게 강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체면 중시 문화로 인한 수치감과 죄의식’”을 꼽았다. 그는 “문제가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하는데 체면 문화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한인교회를 가장 멀리하게 돼버린다”고 말했다.

복음은 문화의 병폐를 덮고도 남을만큼 크다. 예수 그리스도의 죄인을 향한 죽으심과 다시 사심을 붙드는 교회는 죄인의 공동체이며, 누구보다 죄인을 감싸줘야 할 책임이 있는 공동체다. 그러나 기독교인 사이에서도 여전히 체면 문화에 복음이 덮여버린 모습은 없는지, 한번 잘못한 사람은 영원히 빨간 딱지를 붙여버리는 일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일부 성숙하지 못한 교인들이 있다 할지라도 한국 문화라는 틀에 복음이 갇히지 않도록 끊임없는 부르짖음과 각성이 이민교회에 필요하다.

이민을 오면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교회부터 찾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인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크다. 그러나 한국 사람이 그리워 찾았거나, 일자리나 생계적 도움을 위해 찾은 교회일지라도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회, 그리고 변화된 기독교인의 몫이다.

그래서 이런 비보를 접할 때마다 무거운 마음을 가눌 수 없다. ‘너희도 서로 받으라(롬 15:7)’는 사도 바울의 말씀을 되새기며 서로의 짐을 받는 한인교회, 정죄가 아닌 따뜻한 감싸줌이 있는 한인교회 교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리스도의 용서를 실천한 주기철 목사처럼 정죄와 미움에 얼룩진 사회가 아닌 보혈의 붉은 사랑으로 물든 한인 사회의 모습을 미국 사회에 떳떳히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