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옥한흠의 목사의 목회철학의 결정판인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책과 그 운동의 일환인 평깨 세미나가 빚은 공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시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설립하고 평생을 목회한 사랑의 교회가 사회로부터 받는 질책과 경원은 그가 심혈을 기울인 평깨작업의 평가를 요구하게 된다.

하기는 그가 은퇴후 "사람의 힘으로, 프로그램 가지고는 도무지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비정상적인 낙관주의가 판치는 상황이라 걷잡지 못할 것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기독교 스타도 나올 것이다. 긍정의 복음을 강조하는 사람의 글이 아무런 비판 없이 나오는 것도 문제고 그 흐름이 한국교회를 주도하는 쪽에서 비롯되는 것도 안타깝다. 그러니까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분별력을 잃었다. 이런 시대를 구원하려면, 나부터 지도자들이 십자가를 지고 정도를 걷기 위해 생명을 걸어야 하는데, 그럴 용기가 없다. 나부터 용기가 없다.”고 자괴감을 가지고 발언했는데 어찌 타인을 두고 평하는 말이랴! 보다는 자못 자신의 평생에 걸친 평깨작업이 목회 현장에서 나타나는 비현실성에 한탄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는 또한 한국교회 현실은, 우선 “교회가 형식만 남았고 프로그램만 남았지 사실은 생명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바르게 진단하면서 “난 포장된 사람… 사랑의교회 제대로 못 갖춰놔 후회” 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하였다. 계속해서 말하기를 “사랑의교회를 좀 더 예수님의 제자다운 교회답게, 성도들을 좀 더 제대로 갖춰 놓고 물러나 앉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깨어 있으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뒤집어 놓고도 모자람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하면서 “너무 허무하게 하루아침에 무너지니까, 뭔가 잘못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는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다.

이와같은 말들을 인용하여 어떤 과격한 평가자는 옥한흠 목사의 제자 훈련은 실패했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고 옥목사의 평깨작업은 당시 한국 교회에 구원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70년대 부터 시작된 대중전도 집회는 수많은 교인들을 양산하였고 교회는 이들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오죽하면 교회가 그토록 경원하고 이단시하던 교회밖 선교운동단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였을까! CCC의 열단계 성경공부책이 불티나게 팔려서 김준곤 목사와 대학생선교회를 기사회생시킨 아이러니를 연출하는 때에 교회내의 제자훈련 분야를 개척한 옥 목사야 말로 교회의 구원 투수였던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평깨의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여전히 암울한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평깨를 적용하는 대다수의 교회와 지도자들이 평신도를 바르게 깨우지 않고 설 깨우거나 잘 못 깨운 탓이라고 말할 수 있다. 꿩잡는게 매라고 평신도를 깨워 전인적인 그리스도인화하는 이 아름다운 프로그램의 정신을 오직 교회 성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본인이 직접 접목한 사랑의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구름처럼 몰려드는 세미나 참가자들의 마음속에는 이 평깨를 통하여 어떻게 교회를 성장시킬 것인가만 생각한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다음으로 평깨의 과는 평신도들의 삶을 깨우기 보다는 지식을 깨우는 역기능 역할을 담당하였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제 그만 깨우라"라는 질타를 받았을까! 강남귀족 그리스도인들의 탄생이란 신기원을 이룩하고 무수한 평신도 설교자, 전도자와 스타 강사들을 배출하였다. 그들중에는 이제는 평신도는 깨여 있으니 목사가 깨여야 한다고 도전하는 교만하고 방자한 말을 서슴치 않는 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으니 과연 평깨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일까! 그래서 이제는 목깨작업을(목사를 깨우자!) 시작하여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 이미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가고 있다.

금년 KAPC 목사장로 기도회에도 평신도강사 내외를 초청하여 은혜를 받았다 하니 목깨작업의 부지깽이를 평신도들이 이미 잡은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 못말리는 목깨작업이 성공하려면 평깨작업의 공과를 면밀히 살핀후에 하여야 마땅할 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평깨가 평신도들로 하여금 전인적 그리스도인의 삶을 실천하도록 하지 못한다면 그 공이 산과 같다고 하여도 그 과는 하루아침에 그 산을 무너뜨리게 될것이다. 평깨는 이제라도 진솔하고 겸손하고 분수와 절제와 질서를 아는 전인적 그리스도인을 위한 세미나로 전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