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적의 의료선교사 故 매혜란(Dr. Helen P. Mackenzie) 여사가 지난 6일 제40회 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외국인 최고의 영예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받았다.

한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산모와 신생아를 위해 헌신했던 매혜란 여사는 지난 2009년 호주 멜버른 카라나 양로원에서 97세로 소천했다.

지난 1913년 10월 ‘나환자들의 대부’였던 아버지 매견시(James Nobel Mackenzie) 목사의 장녀로 부산 좌천동에서 태어난 매 여사는 1931년 평양 외국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주로 귀국, 1933년부터 5년간 호주 멜버른대 의대에서 공부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된 매혜란 여사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38세였던 1952년 선교사가 되어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매 여사는 의료진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부산에서 부산진교회 유치원을 빌려 동생 매혜영 선교사와 함께 ‘일신부인병원(현 일신기독병원)’을 개원했다.

매 여사는 피난 생활로 어려움을 겪던 산모와 아기, 여성들을 위한 진료와 모자보건 사업을 시작했다. 여사는 이듬해인 1953년 산부인과 여의사 수련과 조산사 교육을 시작하면서 수백 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배출했고, 56년간 2599명에게 조산교육을 실시했다. 이들은 자신의 고향이나 무의탁 지역을 찾아 환자들을 돌봤다.

그리고 1954년 현 병원 부지를 사서 건물을 지었고, 이후 한국 봉사 24년간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환자 치료를 거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병원 완공식에서 여사는 “건물이 너무 좋아서 가난한 이들이 올 엄두를 못 낼까 걱정”이라고 했다.

여사는 부산·경남 지역의 의사가 없는 마을로 매주 순회진료를 떠났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여성과 산모, 아기들을 진료했다. 그녀는 의사로 재임하던 24년간 분만 5만 8천건, 수술 2만 7천건, 외래 142만 2천건, 입원치료 9만 9천건 등을 맡았다.

안식년인 1974년에는 호주 전국을 돌면서 기부금을 모아 ‘맥켄지 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은 1976년부터 한 달에 1천만원 가량의 기부금 이자를 보내,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무료 진료에 사용하고 있다.

매혜란 여사의 이번 수훈은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숨은 유공자 찾기’ 국민추천을 실시했는데, 부산 일신기독병원에서 매 여사에 대한 이야기를 추천하면서 알려졌다. 원목실 관계자는 “이번 고인의 수훈은 병원에서 3년간 정부에 강력히 청원한 결과이며,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