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님, 한국(남한)이 좋은 이유 한 가지만 대 보세요.”
탈북자인 강철호 목사(새터민교회)에게 한 대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그가 과거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며 남한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하라고 강연하던 중이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제가 탈북하니 남한에서 영세민 아파트를 줬습니다. 북한에도 아파트는 있어요. 물론 화장실도 없고 물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그런 곳이죠. 그런데 남한의 영세민 아파트는 너무 좋았습니다. 화장실도 있고 뜨거운 물도 마음대로 쓸 수 있었어요. 그 때부터 매일 아침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기도했습니다.”

강 목사는 ‘한 가지’를 대답했지만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동네 할아버지들이 무언가 담소를 나누길래 들었더니, 글쎄 대통령 욕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길로 가서 경찰에 신고했죠. 이런 반동들이 있느냐, 하면서. 그런데 출동한 경찰이 제게 그러더군요. ‘남한은 북한과 달라서 대통령도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시민이다.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으면 청와대 앞에서 시위도 할 수 있다’라고.”

그러면서 그는 질문한 학생에게 이렇게 다시 물었다고 했다. “편히 쉬고 먹을 것이 넘치는 나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나라, 대통령도 하나의 시민일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에 살면서 도대체 무엇이 더 불만입니까?”

강 목사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애국코리아 통일세미나’ 강사로 나서 이런 경험담을 털어놨다. 좋은 곳에 살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이들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오늘도 굶주림과 핍박 속에 스러져 가는 북한 주민들의 절규를 20여분의 짧은 강연에 담아냈다.

▲‘애국코리아 통일세미나’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는 “북한 주민들이 왜 탈북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면 그들을 향해 ‘왜 가족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쳤느냐’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은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그런 후에도 북에 두고 온 가족들 걱정에 매일 피눈물을 흘린다. 이들의 아픈 상처를 이 나라가, 그리고 교회가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라. 탈북자들이 왜 그곳을 탈출해 남한으로 오겠나. 우리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야 한다”며 “중국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자들이 북한에 다시 잡혀가면 그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지금 교회가 이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하나님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오늘 이 강연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똑똑하지도 않은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느냐”며 “한 가지, 남한에서 태어난 걸 감사하라는 말 뿐이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축복을 주셨는데 그걸 지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감사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머리는 똑똑하지만 가슴이 식은 젊은이들을 많다. 한국(남한)이 좋은 나라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강 목사와 함께 김흔중 목사(대한민국 새시대 새사람 연합총재), 이기창 목사(예장합동 총회장) 등이 강사로 나서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세미나에 앞서 열린 개회예배에서 피종진 목사는 설교를 통해 “동서 독일의 통일은 전쟁도 이데올로기도 아닌 교회의 기도로 가능했다. 우리나라의 통일 역시 이 땅의 교회가 기도해야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축사한 김충환 의원(새누리당) 역시 “한반도의 통일은 전쟁과 포용으로 불가능하다. 한국교회가 밤낮없이 기도하며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