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궐이 지은 역사 로맨스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MBC가 드라마화 한 '해를 품은 달'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한다. 줄여 ‘해품달’이라 하는 제목이 하도 좋아 그 내용을 검색해보니 넌 픽션같은 픽션이라 어리숙한 독자나 시청자라면 실제 사실극이 아닌가 오해 할 법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결말만 본다면 그렇고 그런 치정연애를 그럴듯하게 역사의 장에 올려 놓은 것애 불과하다. 다만 철학적인 제목에 못미치는 사랑놀음을 궁중을 무대로 질펀하게 펼친 작가의 상상력에 탄복할 뿐이다.

해와 달하면 동양인으로서는 의례히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떠올리게 될 터이다. 이는 음양(陰陽)설과 오행(五行)설을 함께 묶어 부르는 말로 음양설은 우주나 인간의 모든 현상이 음(陰)과 양(陽)이 확장하고 소멸함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며 오행설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다섯 가지가 음양의 원리에 따라 행함으로써 우주의 만물이 생성하고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치에 따라 해는 양(陽)이고 달은 음(陰)이다.

한국인의 기질은 양보다는 음에 가까우므로 장구한 세월을 음력에 기초하여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태양을 노래하는 서구인들에 비해 우리네 조상들은 무수히 달을 예찬하여 노래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 달 밝은 밤을 들 수 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茄)는 남의 애를 끊나니,” 경포호에는 다섯 개의 달이 뜬다고 하지 않는가! 하늘에, 호수에, 바다에, 술잔에, 님의 눈동자에 뜬다고 하지 않는가! 이조시대의 대표적 여류시인 허난설헌은 달을 주제로 한 시조를 많이 지었다. 말하자면 달은 한국인의 심령에 깊히 각인된 문신과 같은 것이다.

달은 해를 품는다기 보다는 해를 먹고 점점 제 몸을 줄여 나가다가 신기하게도 다시 제몸을 부활시켜 회복시키기를 되풀이한다. 이러한 달의 기운이 한국인의 심성에서 점점 사라지고 양기(陽氣)만이 득세하는 세태가 몹시 염려스럽다. 태양은 무엇을 품는다기 보다는 태워버리는 기세로 다가온다. 이렇듯 한국인들의 기질이 무엇인가를 전부 태워버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태세이다. 소위 나꼼수라는 이상한 집단들이 까벌리기 식 폭로전술이 계속되고 이들에 의해 한국의 정치가 좌지우지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달의 기운이 저들을 품고 당분간 먹어버리는 기(氣)를 발휘할 수는 없는 것일까? 어느 만화작가가 그린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어서 속히 구름뒤에 숨은 만월(滿月)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기를 바란다. 그래서 먹구름은 달이 흐르는 강물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박목월은 이미 이를 간파해서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노래하였다. 이쯤되면 해품달을 거론한 내 속 마음의 일단이 공개된 것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