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미국에서 선명한 보수적 정치색으로 우파의 희망으로 불리던 정치 유망주가 동성애자로 밝혀진데다 권한 남용 추문에 휩싸여 추락하고 있다고 26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널 카운티 치안 총수인 폴 베이부(43) 보안관은 미국 공화당이 큰 기대를 걸었던 새내기 정치인이다. 매사추세츠 출신인 베이부는 주방위군 장교로 일하다 지난 2009년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피널 카운티에서 보안관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137년이나 된 피널 카운티에서 공화당 간판을 내걸고 보안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이긴 것은 베이유가 처음이었다.
보안관에 취임한 베이유는 빼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애리조나주 보안관협의회 의장에 뽑혔고 미국 최우수 보안관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특히 베이유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 등을 앞세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거침없이 공격해 공화당 중진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우파 진영의 정치적 논리를 대변하는 폭스TV에 단골로 출연했고 지난 2010년에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 선거 운동 TV 광고에 매케인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유화적 이민 정책을 수행하는 에릭 홀더 연방 법무장관에게 사퇴하라고 공개적으로 큰 소리를 치는 당찬 모습으로 인기를 끈 베이유는 올해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해 중앙 정치 무대 진출을 예고했다. 잘 생긴데다 강인한 남성적 이미지에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군인 출신이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베이유는 공화당이 고대하던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베이유는 오랫동안 남성과 연인 관계를 이어온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지난 17일 드러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베이유의 연인이었던 멕시코인 호세 오로스코(34)가 사실상 불법 체류자였고 둘 사이에 금이 가자 베이유가 직권을 남용해 오로스코를 '추방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공화당 중진들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오로스코는 베이유와 연인 관계이면서 인터넷 웹사이트와 트위터 계정 등을 구축하고 관리해준 부하 직원이기도 했다. 추문이 불거지자 베이유는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주자 선거 운동본부 애리조나 지부장 자리를 사임했다. 그리고 공화당 지도부는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열린 대선 주자 토론회에 그를 부르지도 않았다.
베이유는 사이가 틀어진 오로스코와 고소와 고발을 주고 받는 지경에 이르렀고 연방 검찰까지 수사에 착수했다. 베이유는 얼마 전 기자 회견을 열어 권력 남용 등의 의혹을 부인했지만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고백했다. 정치 분석가 브루스 메릴은 "베이유는 이제 끝났다. 아마 곧 하원의원 출마 의사를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