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총격사건의 범인이 한인으로 밝혀지면서 전 한국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그 어느 누구보다 더 큰 충격을 입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범인과 같은 지역출신인 버지니아텍 한인학생들일 것이다.

지난 18일 버지니아텍 한인기독동아리 KCCC(Korean Campus Crusade for Christ) 소속 학생 20명을 비롯한 버지니아텍 졸업생, 지역교회청년들이 모여 이번 사건에 대한 심정을 서로 나누고 희생당한 친구들과 교수님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와싱톤중앙장로교회(담임 노창수 목사) 교육관에 모인 학생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심정을 돌아가며 고백했다. A 학생은 “왜 수많은 대학 중에 버지니아텍이고, 왜 수많은 인종 중에 한인이며, 왜 수많은 지역 중에 패어팩스 센트빌이냐”며 이번 사건으로 인한 통탄한 심정을 토해냈다. 주변의 많은 학생들도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한 여학생은 “왜 사랑하는 친구와 교수님들이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에 대한 원인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같은 지역 출신 한인학생이었던 범인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B 학생은 “우리 중 한명이라도 진실된 사랑과 관심으로 그 영혼을 대했다면 이번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며 “그 영혼이 병들어 끔찍한 분노로 가득찰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절규했다.

C 학생은 “예수님께서 병든자와 소외된 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병을 고치시고 친구가 되어주셨다. 하지만 제자 된 우리는 그러한 영혼들에게 손을 내밀기보다 세상적인 기준을 좇아 친구를 사귀고 우리들만의 신앙을 챙기기에 바빴다”며 “겉으로는 그리스도의 제자였지만 우리들 안에는 위선과 교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자책했다.

D 학생은“정신 나간 한 정신병자의 문제가 아닌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지 못한 우리들의 문제이고 책임이다”며 “이 기간을 통해 진정한 회개와 각성으로 새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내비쳤다. E 학생은 “친구와 교수님들이 비참하게 살해된 캠퍼스로 돌아가 공부한다는 게 너무 무섭고 떨린다”고 말했으며 F 학생은 “학교로 돌아가기가 너무나 무섭다”며 “마치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아 다른 친구들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우리를 향한 타 민족 학생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보복성 사건에 대한 두려움이 분명히 우리 안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뜻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이 기간을 통해 우리의 죄를 회개하고 새로운 생명의 역사를 캠퍼스 내에서 일으켜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변하길 원하시고 우리를 통해 분명히 일하실 것이다. 두려움을 이기고 캠퍼스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모임 말미에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32명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으며 특별히 진정한 회개와 각성을 통해 KCCC가 버지니아텍에 새로운 생명의 역사를 일으킬 수 있도록 능력을 달라고 간구했다. 밤 12시까지 계속된 기도회는 아직도 이번 사건이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저어 보이는 학생을 비롯해 친구와 교수님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참다 못한 눈물을 쏟아내는 학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기도회가 끝난 후 학생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학생들의 요청으로 실명을 공개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다음은 KCCC 회장 김영환 학생(버지니아텍 토목공학과 4학년)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KCCC 회장 김영환 학생(버지니아텍 토목공학과 4학년) ⓒ 이화영 기자
KCCC 간단한 소개-

“KCCC는 버지니아텍 내에 있는 한인기독동아리로서 현재 130여명의 한인학생들이 성경공부와 기도모임 등의 훈련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KCCC내 학생들의 분위기는-

“많은 KCCC내 학생들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다. 우리들은 같은 지역 출신학생이 끔찍한 사단의 도구가 되기까지 방치해 두었던 무관심에 대한 깊은 죄책의 마음을 갖고 있다. 이 기간 진정한 회개와 각성을 통해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재현되지 않도록 우리의 사명을 다해야겠다.”

타민족 학생들로부터 보복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대처방안은-

“많은 한인 학생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이후 학교에서 겪게 될 어려움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터진 후 한인학생들을 대하는 타민족학생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을 느낀다.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이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일부는 캠퍼스 복귀를 꺼리고 있기도 하다. 우선 한인학생들에게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KCCC는 순장(리더)들이 중심이 돼 순원들의 회복과 이후 학교생활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상담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 조직적인 연계를 통해 어려운 기간 기도하며 이겨 나갈 것이다. ”

학교 수업 정상화 될 예정이다. 앞으로 계획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떠올리며 이번 사건을 통해 진정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그 길을 우리가 걸어야 할 것이다. 학교 내 한인학생들을 향한 멸시와 분노로 가득 찬 학생들이 있다 할지라도 피해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십자가를 높이 들고 이번 기회를 통해 그들의 피가 헛되지 않게 되기를 소망하며 고난과 핍박을 이겨나갈 것이다.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아마도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한인학생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더욱 기도할 것이며 이번 기회를 통해 진정한 회개와 각성을 통해 버지니아텍에 새로운 생명의 역사를 이루어 나갈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교만과 가식의 모든 죄악을 회개하고 언어와 민족의 모든 장벽을 넘어 병든 영혼을 복음으로 치유하고 회복시켜 나갈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번 사건을 통해 깨달은 하나님의 뜻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버지니아텍에 부흥이 시작되고 전 미국과 전세계의 대학 내에 복음이 전파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충격을 입었다. 또한 많은 기독학생들도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우리는 하나되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들 것으로 예상 되는 이 길을 선택해 다시 캠퍼스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