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단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고 했다. 내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했을 뿐이다”

텍사스 달라스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 씨가 한 언론에서 밝힌 심경이다.

그는 지난 1월 자신의 주유소에 찾아온 흑인 고객과 말다툼을 벌였다. 주유소 기름값이 인근 주유소 보다 비싸고 $10불 이하 결제시 직불(debit)카드를 받지 않는 것에 항의하는 흑인 제프리 모하마드 씨에게 “다른 데로 가라”고 대꾸하면서 언쟁이 시작되었다.

화가 난 모하마드 씨가 “당신이나 당신 나라로 가라”고 말하자 박 씨는 “그럼 당신은 아프리카로 가라”고 받아치면서 사태는 커졌다.

흑인 이슬람단체인 ‘네이션 오브 이슬람’(Nation of Islam) 소속의 모하마드 씨는 동료 흑인들을 규합해 주유소 앞에서 박 씨가 인종비하 발언을 했다며 불매운동을 펼쳤고 이 갈등이 자칫 한인사회와 흑인사회 간 충돌로 번져 제2의 LA 폭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졌다.

1990년 미국으로 이민 온 박 씨는 결국, 달라스 흑인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며 사과했고 사태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불씨는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사회에 대한 흑인들의 불편한 시각이 조명받고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한 달라스 지역에 사는 한 흑인주민은 “이 사건의 빙산의 일각”이라며 “한인들은 흑인사회에서 돈을 번다. 하지만 번 돈을 흑인사회에 환원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흑인사회에 크다”고 뉴아메리칸 미디어에서 밝혔다.

한인들이 흑인 지역에서 사업을 하지만 그 흑인 지역에 사는 사람은 거의 없어 흑인들 사이에서 한인들은 자신들의 동네에서 돈만 벌고 떠난다는 인상이 크다는 것이다.

조지아 애틀란타 흑인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창우 씨는 “식당에 오는 흑인들마다 한인들은 흑인 지역에서 돈 벌어서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가서 쓰고 흑인사회를 위해서는 일푼도 환원하지 않는다는 볼멘 소리를 한다”며 “그렇게 말하는 흑인들 가운데는 목사, 공무원, 대학교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인 이민자들은 전통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 비용이 적게 드는 흑인지역에서 가게를 오픈한다. 달라스의 경우 5천개의 한인 사업장이 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흑인지역에 있다.

한인들은 이렇게 오픈한 가게에서 박 씨의 말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일부 흑인들에게 이 모습은 자기들로부터 돈만 벌어가고 있는 식으로 비쳐졌고 경제침체로 흑인들의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이 오해는 심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한인들이 일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이 소재한 흑인 사회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형태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고근백 달라스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흑인사회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한인 회원들에게 흑인 젊은이들을 위한 장학금이나 그랜트 지급, 흑인상공회의소 가입 등을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우 씨는 ‘미션아가페’라는 봉사단체를 통해 흑인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매주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얼마 전 흑인지역에 오픈한 세번째 식당에는 강도 침입 등 한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한인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흑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손을 내미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봉사하고 나눠주면 누가 욕합니까. 그러면서 유대관계가 돈독해지지 않을까요?”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