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왜 작은 누나는 데리고 가면서 나는 안 데리고 가느냐고 우는 남동생 국철이에게 ‘중국 가서 사탕하고 음식 가지고 너 데려 오려고 그러는 것’이라며, 옥수수 떡 하나를 안겨주고 돌아섰다”며 조진혜 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예상치 못한 홍수로 강이 불어 남동생을 데리러 갈 수 없었던 가족은 지인을 통해 동생 국철이의 소식을 들을수 있었다. 맡겨두었던 집에서 쫓겨난 동생은 며칠 간 굶으며 갈대밭에 지내다가 어떤 사람이 주는 죽 한그릇을 먹었지만 계속 굶어 결국 생을 마쳤다는 것이다.

2월 5일 ‘재미탈북민의 사랑과 감사의 날 행사’에서 탈북자 조진혜 씨(25)는 “감자 한 알 드셔보는 것을 소원으로 두고 돌아가신 할머니 때문에, 갈대밭에서 굶주림으로 죽을 수 밖에 없던 동생 때문에, 저희를 도와주신 분들의 도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됐다. 어렵고 외로웠을때 부르짖을 수 있었던 하나님 때문에,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이번 ‘재미탈북민의 사랑과 감사의 날 행사’는 그간 탈북자들을 위해 수고한 윤요한 목사(고향선교회, 탈북자 구출 선교), 이희문 목사(도움의천사들 대표, 북한자유연합 부회장), 수잔 숄티(미 디펜스포럼 대표, 북한자유연합 회장)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유통일 감사상 시상식’을 가졌다. 시상식은 강필원 총재(한미자유연맹)가 사회를 봤다.

 
▲감사상 시상식에 참석한 한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시상식 사회를 맡은 강필원 총재.
 


먼저, 수상한 윤요한 목사는 200여명의 탈북민 구출을 위해 지난 15년 간 헌신해 온 인물로 구출사역을 하다 경찰에 체포돼, 중국 감옥에서 1년 넘게 투옥 살이를 하기도 했다. 조진혜 씨는 탈북자 13명을 망명시키는 일을 돕다가 윤요한 목사와 함께 길림성 감옥에 갇혔고 후에 4번째 북송을 당해 총살 형을 선고받은 당시, 미국으로 망명된 윤 목사가 1만불을 보내 풀려날 수 있었다.

윤 목사는 “중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9살이었던 은혜(조진혜 씨의 여동생)가 지금은 21살이 됐다. 초등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미국 고등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고, 자유아시아방송 기자와 홈케어 사무원으로도 일하며 활발하게 미국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고 칭찬하면서 “탈북자들을 얕잡아 보거나 불쌍하게 생각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들을 도우면, 이들이 통일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목사는 “통일되는 그날까지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위해 일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정샤롬 박사 비올라 축하 공연.
 

 

 
▲인패스 산하 윈드앙상블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이희문 목사는 북한자유연합 부회장이자, 도움의천사들 대표로, 미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이 낯선 생활 속 정착하는 것을 지원해 왔다. 이 목사가 지원하는 쉘터에서 미국 정착 도움을 받은 조진혜 씨는 “탈북자들은 모진 고생과 어려움을 겪어 거친 돌멩이 같은 사람들이다. 이희문 목사님은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돌멩이 같은 우리들을 사랑과 미소로 감싸주시는 모습을 가지셨다”고 했다.

이희문 목사는 “일반 목회만 하고 탈북자 선교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고, 탈북자들을 도우며 어려움을 당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 일반 목회를 사임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 좌경화 심화와 탈북자들의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 가운데 사역의 변화를 결심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의 그날은 도적같이 올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갑자기 탈북자들이 대거 나올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앞으로는 한인 커뮤니티도 관심을 가지고,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문제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잔숄티 여사에게 상을 수여하며 조진혜 씨는 “중국 감옥에 있을때 갑자기 북송되는 탈북자들의 수가 80%가량 급격히 떨어진 적이 있다. 바로 전세계 곳곳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머리가 노랗고 눈이 파란, 같은 민족도 아닌 수잔 숄티 여사님의 북한 인권을 향한 헌신과 사랑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수잔 숄티 여사는 “탈북자를 향한 한인교회의 많은 무관심 속에 윤요한 목사님과 이희문 목사님 처럼 훌륭한 분들과 같이 상을 수상하게 돼 큰 영광이다”라며 “2년 전 북한자유의날 개최지를 서울로 옮겼다. 올해는 미국대표자 중 탈북자 조진혜 씨가 참석하게 된다. 이것이 큰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모진 고난을 견뎌내 승리하고 이 자리에 오신 탈북자 여러분들은 우리의 영웅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숄티 여사는 마지막으로 내가 아는 한국어 3단어로 마치겠다며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자유북한!”을 외쳤다.

 
▲탈북자 조진혜 씨 가족과 헨리 송 씨(북한자유연합)가 특별송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고 있다.
 


조 씨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랑을 주신 분들에게 다 갚을 수는 없겠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여전히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며 “북한 전 주민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날까지 수만명의 조진혜를 만들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필그림교회 손형식 목사가 북한을 위한 기도를 인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위해 기도를 인도한 손형식 목사(필그림교회)는 한국의 극심한 좌경화에 우려를 나타내며, 깨어있는 기독교인들의 기도를 요청했다. 손 목사는 “북한은 굶어죽고, 얼어죽고있는데, 한국은 월남이 망한 때와 동일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월남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사법부, 공무원, 언론인 곳곳에 간첩이 가득차 있었다. 한국도 지금 구석구석 친북 좌파 세력이 들어가 국회, 언론, 학교 등에 박혀있다”며 “한국이 월남 같은 상황이지만 딱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월남에는 기도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한국은 그래도 기도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귀신의 역사와 악령의 역사는 기도외에 쫓아낼 수 없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우리는 기도로 이 일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필그림교회(담임 손형식 목사)에서 진행됐으며, 조진혜 씨의 탈북 증언, ‘자유통일 감사상’ 시상식, 축하공연(정샤롬 박사의 비올라 연주, 인패스 산하 윈드앙상블, 탈북자들의 헌금송), 손형식 목사의 기도, 김일호 목사의 축도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에 정착하는데 여러 재정적 어려움을 갖고 있는 탈북자 가정을 돕기 위해 조진혜 씨가 직접 만든 십자가 장식을 5불씩 판매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미국 주류 언론인 CNN과 각종 한인 언론이 열띤 취재열기를 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김일호 목사가 축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