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모르몬교도인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 밋 롬니 전 매사추체츠 주지사가 이민정책 부문에서 교리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르몬교 교회가 이민자 친화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자신은 지속적으로 강경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태도는 네바다와 콜로라도, 애리조나 등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지역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르몬 교회는 지난해 공화당 정서가 압도적으로 강한 유타주에서 직업을 가진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논란 끝에 의회를 통과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민자를 인간적으로 대우할 것을 요구하고 강제추방을 비판하는 선언문인 이른바 유타협정도 모르몬교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이 협정은 다른 몇개 주에서도 채택된 상태다.
일반적으로 모르몬교는 정치 개입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종교다. 그럼에도 이민정책에 관한 한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유타주에서 이민자 친화 정책을 지지한 것은 200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동성결혼 금지 법안이 통과될 때 찬성 의사를 밝힌 이후 사실상 첫 공식적인 정치적 입장 표명이었다.
불법이민자에 우호적인 모르몬 교도들은 롬니 주지사가 공화당의 반이민 정책이나 티파티 멤버들과 같은 스탠스를 취하는데 다소 당혹스런 표정이다.
롬니 주지사는 불법 이민자에 시민권을 주는 어떤 제안도 반대한다. 처음에는 학사 학위를 받거나 군복무를 하는 젊은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드림 법안'에도 반대하다 군복무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는 쪽으로 나중에 입장을 바꿨다.
반면, 모르몬교 교회는 미국의 국가안보가 위협받지 않는 범위에서 이민정책이 이웃에 대한 사랑과 이산가족을 만들지 않는 쪽으로 개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르몬교 교회측은 롬니 주지사와 이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눈 적이 없고 앞으로 그럴 계획도 없는 상태다.교회측은 NYT의 인터뷰 요청은 거부하고 대신 "선출직 관리의 경우 모르몬교도라 할지라도 자신의 결정을 할 수 있으며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과 반드시 같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이메일로 보냈다.
이민자에 우호적인 롬니 주지사의 지인들은 이민정책에 관한 그의 마음이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몰몬교의 명문가 출신인 롬니 주지사는 1980년∼1990년대에 보스턴에서 목사로 활동하면서 아시아와 남미 출신의 불법 이민자들을 많이 도우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태도를 바꿀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강경보수 세력과 대립각을 세워서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게 지인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롬니 주지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과거 잔디관리 업체를 운영하면서 불법 이민자를 고용했던 이유를 구차하게 해명해야만 했다.
NYT는 교회와 입장이 다른 이유를 들으려고 롬니 측에 두차례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