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의 1월 실업률 급락이 대선 레이스의 판도를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까. 1월 실업률이 34개월 만에 최저수준인 8.3%로 하락했다는 뉴스가 발표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진영은 희색이 돌고, 공화당 경선후보 진영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업률 등락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올해 대선에서 실업률 등 경제문제가 최대 변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한때 10% 가까이 달했던 높은 실업률을 고리로 '오바마 = 무능 경제 대통령'으로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올해 대선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중 하나였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높은 실업률은 오바마 재선 가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고, 이라크전 종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등 외교적 업적의 빛을 바라게 하는 아킬레스건이었다.
이런 마당에 실업률 급락은 오바마를 공격하는 공화당의 무기가 무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판도가 다시 짜일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낮을수록 '오바마는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공화당 후보들 슬로건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신의 최고의 `경제 대통령' 후보로 부각시키고 있는 공화당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롬니 전 주지사측은 기세를 누그러뜨리지는 않고 있다. 롬니는 3일 실업률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불행하게도 이번 수치가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가리지는 못한다"며 "여전히 2천4백만명의 미국인이 실업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사실 아직은 오바마 대통령이 실업 문제에 대해 낙관하기는 이르다. 일각에서는 1월 실업률 하락이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고려됐다는 얘기도 있다.
또 유럽 경제위기, 중국의 저성장, 재적적자 감축 정치권 교착 등은 실업문제를 악화시킬 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8%대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을 때 실업률이 8% 이상일 경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오바마 재선팀은 절대적인 실업률 수치보다는 실업률이 하락하는 경향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락하는 추세 자체가 유권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오바마팀과 공화당 후보팀은 1월 실업률 수치를 놓고 대선 전략을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