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인 1991년 2월 호주 캔버라 WCC 제7차 총회에서 36세의 나이로 ‘초혼제’를 진행했던 당시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조직신학 교수 정현경 씨(뉴욕 유니언신학대)가, 내년 WCC 제10차 총회를 앞둔 한국에 이슬람 순례여행기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신학자 현경이 이슬람 순례를 통해 얻은 99가지 지혜(웅진지식하우스)>을 가지고 돌아왔다.

정현경 씨는 한국에서 17개 이슬람 국가를 순례하고 돌아와 책을 펴냈고, 지난달 27일 출판기념회 대신 불교 승려 법륜이 했던 ‘즉문즉설’에 나서기도 했다. 정 씨는 신부와 수녀, 승려와 무슬림, 목회자 등 2백여명이 참여한 행사에서 “이슬람 순례를 통해 애정결핍증이 많이 치유됐다”며 “이제 여성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동물들과 식물들까지 모두가 자기답게 살며 자기의 꽃을 피우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터키나 튀니지 등 상당수 이슬람 국가들이 법적으로 일부다처제를 금하고 있고, 일부다처제도 남편이 전쟁에서 죽어도 다른 남자의 첩이나 정부가 아닌 정식 부인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한 배려에서 출발했다”며 “꾸란에는 여성들의 재산권이 보장돼 있고, 남편이 성생활을 만족시켜주지 못할 때 갈아치울 권리도 보장돼 있다”는 말로 이슬람을 옹호했다.

정 씨는 “이슬람과 타 세계를 잇는 종교의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다”며 “책을 계기로 세계 여성이 무슬림 여성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WCC를 연구해 온 조영엽 박사의 책 에 따르면 정 씨는 이화여대를 떠난 뒤 1999년 히말라야에서 1년간 수행했고, 2000년 겨울 머리를 깎고 계룡산 신원사에서 승려들과 함께 살았다. 2003년부터는 차도르를 쓰고 이슬람 국가에서 살았으며, 현재 대표적인 자유주의 신학교인 뉴욕 유니언신학대 아시아계 최초 종신교수로 있다.

정 씨는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교적 배경이 달라도 친구가 되는 것이 왜 중요한가”는 질문에 21년 전 ‘초혼제’를 언급하면서 “종교도 어찌 보면 치유를 위한 약”이라며 “나와 가장 다른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능력, 그게 평화를 만드는 능력”이라고 답했다. 이 언론은 그의 초혼제 메시지를 “동양의 토착문화와 기독교의 조화”라고 소개했다.

정 씨는 당시 소복 차림으로 초혼제에서 종이를 불태우며 호주의 벌거벗은 원주민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연출했고, 타고 남은 재를 강연장 천장으로 날려보냈다. ‘애굽인 하갈’부터 시작해 고난받은 여성들의 ‘혼’을 불러낸 초혼문에 대해 조 박사는 “무속신앙적인 제사를 지냈고, 예수를 ‘해방자’라 했으며, 한 맺힌 죽은 사람들의 영과 성령을 동일시했다”며 “흙과 공기, 물까지 불러내면서 물질에도 영혼이 있다는 일종의 범신론(물활론)까지 등장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 씨는 이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지난 1998년 짐바브웨 하라레 WCC 제8차 총회에 다시 참석할 수 있었다. 그는 “그리스도가 천국에 이르는 유일한 길인가?(요 14:6)”는 질문에 “예수님이 실수한 것(Jesus has mistaken)”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조영엽 박사는 정 씨에 대해 ‘불교적 페미니스트 기독교 신학자로, 불교·도교·이슬람교를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언론들은 정 씨를 ‘신학자’로 소개하고 있으며, 종교간 벽을 넘나드는 ‘특이한’ 인물이기 때문에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