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직장일이 지겹게 느껴지는 직장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2010년 델타항공에 합병되기까지 10여년 넘게 노스웨스트 항공 한국 지사장을 맡았던 하태우 사장이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삶을 통해 작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1986년에 군대를 제대한 하태우는 대학교 4학년 복학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에 거처할 곳이 없었다. 어머니가 미국으로 건너가 큰누나와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갈지, 아니면 당장 건너갈지 고민했다. 그냥 멍하기 있기에는 젊음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으로 미국행을 도전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100달러만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학이 아니었어요. 어머니의 초청을 받고 들어가게 된 건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백그라운드가 없기는 마찬가지라서 미국행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단지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장도 없는 완전 백지 상태였죠.” 그는 완전 백지 상태라는 것에 대해서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국에 간 지 두 달 만에 보석 소매점 창고에서 시간당 5달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창고에서 상자를 쌓고 조립하는 일을 하면서 그는 큰 회의감에 젖어 들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평범하더라도 대졸 직장인으로 책상에 앉아 일하는 화이트칼라가 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화를 떠올리며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불평을 하며 뒷골목을 쓸던 흑인 청소부에게 킹 목사가 “형제여, 그대는 더러운 뒷골목을 쓸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원을 청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항상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해야 합니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의 그림의 마지막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듯이.”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다.

그런 생각의 변화 때문이었을까. 하태우는 결심했다. 비록 박스를 포장하는 일이지만 박스를 가장 잘 포장하는 사람이 되기로. 더불어 막노동과도 같은 창고 관리 아르바이트 일에 창조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체인점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창고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했다. 하태우는 창고에 있는 모든 상품에 물품 번호, 원가 등을 체크리스트로 수작업으로 계산한 뒤 컴퓨터에 모두 입력해 두고 창고물품을 관리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창고 관리일도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작업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회사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그의 노력을 높이 산 사장은 입사 6개월 밖에 안 된 하태우를 과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2년 뒤 컴퓨터시스템 부장을 거쳐 사장실 직속 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창고 일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1년 동안 힘들게 일하면서 더 공부해야 할 이유도 찾았죠. 자녀의 미래는 물론이고 소수 인종으로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부는 필요했어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때까지 다니겠다던 아르바이트 일은 승진을 거듭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잘나간 탓도 있지만 차 수리와 수술 등으로 모아 놓은 돈을 쓰게 됐기 때문이다.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못했지만 그는 '목적은 바뀌지 않아도 방법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며 대학 야간 과정에 등록해 주경야독 생활을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직장에서 일하고, 오후 6시부터 밤10시가 넘도록 저녁 수업을 듣고, 집에 와서 숙제와 시험 준비를 마치면 새벽 한두 시나 돼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여름방학 학기 수강도 빼먹지 않았다. 그 결과 1991년 전공인 경제학에서 4.0만점을 받으며 노스이스튼 일리노이 대학을 우등생으로 졸업했고, 같은 해 <윌스트리트 저널>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우등생상’을 수상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렇게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학업에 적잖이 도움이 됐다. 시카고대학 MBA 과정에 들어가려면 3~5년 정도의 직장 경험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계획이 차질을 빚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한국에서 졸업하고 올 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과정이 있었기에 큰 차질 없이 MBA를 마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MBA를 마친 하태우는 재무관리 전공 분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스웨스트항공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가 보낸 노스웨스트에서의 1년은 퇴사를 생각하게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영어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데다 항공사 전문 용어도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무슨 말인지 되묻는 일도 많았다.

1년이 될 즈음, 당시 매니저에게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언어 실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분석을 잘하니 참아내고 일해 보라.”는 답변을 듣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다짐을 했다. 그러다 노선 수익 창출 모델을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쓰기 쉽게 만들어내 회사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하지 못했고 대학 때는 통계 과목에서 C학점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풀어야 할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5년 동안 그는 네 번의 승진을 거듭하며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지사장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흔히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대단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별 차이가 없다. 보통 생각할 때 성공할 만한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일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태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시시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시시하지 않은 대단한 일을 동경하여 계속 찾아 헤멘다. 성공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을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 된다. 작은 일에 충성하는 사람이 큰 일에도 충성한다는 것이 성경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