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날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복을 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애리조나와 모든 미국 국민을 위해 우리는 다시 함께 일을 할 것입니다."


1년 전 발생했던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상한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이 25일 오전 미 의회 하원 본회의장 연단에 섰다. 사퇴서를 제출하기 직전 현직 의원 자격으로는 마지막으로 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것이다. 그동안 자신을 위해 기도해 왔던 국민과 동료 의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건강회복을 위해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기퍼즈의 사퇴서에 담겼다.


의회 내에서 가장 친했던 그녀의 친구이자 같은 여성의원 데비 와서먼 슐츠가 아직도 언어구사가 완전하지는 않은 기퍼즈를 대신해 그 옆에 서서 서한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슐츠 의원은 몇 번이고 울음을 터뜨렸고, 본회의장 곳곳에서는 동료의원들의 울음이 이어졌다. 연단 뒤에 서 있던 `울보'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눈도 벌걸게 물들었다.


마지막 인사말을 슐츠를 통해 전한 기퍼즈는 사퇴서를 힘겹게 들고 부축을 받아 연단 뒤로 힘겹게 올라가 베이너 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아직 몸이 정상적이지 않은 탓인지 연단 뒤 계단을 오르면서 잠깐 휘청거렸다.


기퍼즈 의원과 베이너는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사퇴서를 받아든 베이너 의장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휴지로 몇 차례나 눈물을 훔친 베이너는 연단을 내려가는 기퍼즈를 박수로 환송했다.


심한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끝에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기퍼즈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한 이날 수백명의 동료 의원들이 하원 본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기퍼즈가 슐츠 의원의 부축을 받으며 본회의장에 나타나자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로 환영했다.


곧 이어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의 양해를 구한 뒤 단상 앞에 마련된 마이크 앞으로 나와 기퍼즈 사퇴식을 진행했다. 펠로시는 기퍼즈에 대해 "이 의회가 본 가장 밝은 별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에릭 캔터 공화당 원내대표도 연단으로 나왔다. 그는 기퍼즈가 보여준 놀라운 회복에 의회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스테니 호이어 원내총무는 "기퍼즈는 우리 모두의 귀감이자 전세계의 귀감"이라면서 "개비(기퍼즈의 애칭),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는 당신을 그리워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건강한 모습을 회복한 기퍼즈는 동료 의원들의 인사를 들으면서 밝은 웃음을 지었다. 기퍼즈의 빠른 회복을 축하하고 의원직 수행에 찬사를 보내는 양당 지도부의 연설을 하는 중 동료 의원들은 10여차례나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본회의장 2층 방청석에서는 기퍼즈의 남편인 우주비행사 마크 켈리와 기퍼즈의 모친인 글로리아, 기퍼즈 보좌진들이 지켜봤다. 기퍼즈의 마지막 본회의장 등청 모습과 사퇴식은 CNN방송이 30여분간 생중계하는 등 미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한편 미 하원은 이날 멕시코 국경지대에 지역구가 위치한 기퍼즈가 입안 작업을 주도한 `초경량 항공기를 이용한 밀수업자에게 새로운 강한 벌을 내리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는 기퍼즈의 사퇴서를 받는 대로 올해 말까지인 기퍼즈의 남은 임기를 채울 의원을 선출할 특별선거 실시에 대한 공고를 낼 예정이다.


지난해 1월 8일 기퍼즈 의원의 지역구민과의 만남 행사 도중 발생한 애리조나 총격사건으로 6명이 숨지고 기퍼즈를 포함한 13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