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공감하며 대화하는 감정코칭 5단계>

감정코칭을 잘하려면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청과 공감의 의미를 ‘아이의 모든 상황을 무조건 이해하고, 아이의 어떤 말도 다 들어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감정은 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다 받아주어야 하지만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말투까지 다 받아줄 필요는 없습니다. 잘못한 것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옳지 않은 행동도 바로잡아주어야 합니다.

다만 아이를 꾸짖을 때도 여전히 대화의 기술은 필요합니다. 감정을 실어 야단을 치면, 아이는 부모가 드러내는 감정에만 주목할 뿐, 부모가 말하는 내용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화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나 말투로 개선하는 데 있는 만큼, 부모가 대화하는 방법에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1단계: 아이 감정 인식하기

먼저 감정코칭은 아무 때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데 다가가서 “우리 아이 행복하구나” “화났구나” 하고 아무렇게나 감정을 읽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감정코칭을 위해서는 우선 아이의 감정을 인식해야 합니다. 아이가 소소한 감정을 보일 때 재빨리 알아차리고, 행동 속의 숨은 감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언어 구사력이 부족한 아이는 말보다 몸 전체로 표현하므로 평소 아이 행동을 관심 있게 살펴봐야 감정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온몸으로 표현하는 감정을 알아차리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행동은 눈에 바로 보이고 감정은 그 안에 숨어 있기 때문에 부모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보다는 행동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화가 나서 문을 꽝 닫았을 때 ‘아, 아이가 화가 났구나’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문을 꽝 닫은 행동이 괘씸해 부모도 화가 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너, 어디서 버릇없이 문을 쾅 닫아”하고 목청을 높이며 야단을 칩니다.

행동만 보면 그 안에 숨어 있는 감정을 읽을 수 없고, 감정을 읽어주지 못하면 행동은 더 격해집니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행동보다 감정에 먼저 주목해야 합니다. 행동 속에 숨은 감정을 포착하는 것, 바로 이것이 감정코칭의 1단계입니다.

아이가 화가 났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좌절했을 때나 흥분했을 때에는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평소에 부모는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인식하기 어렵다면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지금 화났어?”와 같은 닫힌 질문이 아니라 “지금 기분이 어때?”와 같은 열린 질문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지금 화났어?”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말은 “예”나 “아니오”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열린 질문으로 물으면 “졸려요, 짜증이 나요, 답답해요, 불안해요” 등 많은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2단계: 감정적 순간을 좋은 기회로 삼기

화가 나고 우울하고 짜증이 나는 등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렸다면 감정코칭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모른 척하고 넘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보통 부모들은 아이가 감정이 격해 있으면 대화가 안 되므로 감정이 어느 정도 진정된 다음 대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감정코칭은 감정을 보이는 순간에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 감정이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 감정이 고조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작은 감정 변화를 포착해 감정코칭에 들어가면 됩니다.

감정코칭의 기본은 아이의 작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읽어주며 격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작은 감정을 하나둘씩 만나 익숙해지면, 좀 더 큰 감정을 만났을 때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3단계: 아이 감정에 공감하고 경청하기

감정을 공감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나는 네가 말하지 않아도 네 감정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 감정이 어떤지 짐작이 가더라도 아이 스스로 자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살피고 진심으로 충분히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부정적 감정이나 긍정적 감정 등 아이 감정이 어떤 것이든 공감해 줘야 합니다.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이라는 줄을 긋지 말고 아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이가 마음 놓고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아이 자신도 모르는 복합적인 감정도 받아 줘야 합니다. 어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다양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올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감정이 섞여 있어 자기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부모가 먼저 아이 감정을 정리해줘도 좋습니다. 감정을 공감할 땐 아이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하는 등 진지한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아이 감정을 읽어주고 풀어주려면 왜 그런지 알아야 합니다. 이로 인해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는데 이런 행동은 금물입니다. ‘왜’ 대신 ‘무엇’과 ‘어떻게’로 말을 바꿔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8살 난 큰 딸 사랑이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잘 표현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루는 사랑이가 침대에서 무엇 때문인지 속상해서 혼자 울고 있는 것을 아빠가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왜 우는 지 걱정스러워 사랑이를 붙잡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랑아! 왜 울어?” 아빠는 울고 있는 딸이 걱정스러워 한 말인데, “왜 울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이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답답해진 아빠는 “사랑아! 도대체 왜 우냐고? 말을 해야지 말을…” 자꾸 다그치기만 합니다.

그럴수록 더 입을 꼭 다물고 말하지 않는 사랑이를 보면서 ‘왜?’라는 질문대신에 ‘우리 사랑이가 지금 많이 속상해 보이네. 오늘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속상해 할까?’라고 질문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왜’라는 질문에는 대답 않고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사랑이가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잘하고 싶은데, 피아노 연습도 해야 하고, 한국 학교 낱말 경연 대회 공부도 해야 하고… 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잘하고 싶은데 다 잘할 수 없으니까 속상했다는 것입니다.

‘왜?’라는 질문은 인지적인 사고를 요하는 질문입니다. 인지적인 사고는 뇌의 전두엽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전두엽은 평균 27-28세는 되어야 완성이 됩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어린아이에게 왜 우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라고 한 것이 아빠의 큰 불찰이었던 것입니다.

‘왜?’라는 질문은 대학 교수나 연구원에게 하면 좋을 질문입니다. 지적 호기심과 관심을 더 파고들 때는 아주 좋은 질문이겠지만, 감정적인 상황에서는 신뢰감이나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의도와는 전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이가 눈물을 흘릴 때 “지금 뭔가 굉장히 슬픈 것 같은데…” 정도만 이야기 해줘도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었다는 데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아이의 기분을 잘 모를 때는 “기분이 어때?”라고 물으면 됩니다.

이는 감정을 묻는 것이므로 “화가 나요”, “친구가 미워요”, “슬퍼요”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감정을 이야기할 때 “정말 밉겠네”, “정말 화가 나겠네”라고 공감해주면, 아이는 부모가 자기편이라고 믿으며 마음을 열고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해합니다.

이처럼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는데도 아이가 공감을 받는다고 느끼지 못할 때는 ‘거울식 반영법’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아이가 감정을 이야기하면 그대로 따라서 한 번 말하는 방식으로, 아이의 감정이나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육상선수들이 높이뛰기나 멀리뛰기를 할 때 마지막에 도움닫기 하는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발판을 힘차게 밟고 뛰어야 높이, 그리고 멀리 뛸 수 있듯이, 공감과 경청으로 아이를 지지해주면 아이는 안정감과 힘을 얻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는 <아이와 공감하며 대화하는 감정 코칭 4 & 5단계>에 대해서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