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하위권으로 밀려난 릭 페리(62) 텍사스 주지사가 터키를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이끄는 나라'라고 말해 설화에 또 휩싸였다. 터키가 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반발하면서 페리 주지사의 이번 발언은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했다고 미국 CNN 방송 등은 17일 전했다.
문제는 페리 주지사가 지난 16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후보 TV 토론회에서 터키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자격과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 질문에 페리 후보는 터키는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통치하는 나라"라며 나토 회원국 자격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터키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터키 외무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해 "터키는 페리 주지사가 두 살 때인 1952년 나토에 가입했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다"며 "미국은 어느 나라가 자국의 동맹인지도 모르는 후보와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비난했다.
터키 정부의 맹렬한 비난에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터키를 '충실한 동맹국'이라고 칭하면서 "페리 주지사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페리 주지사는 '실언' 다음날에도 터키에서 명예살인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자신의 뜻을 굳건히 지켰다. 친서방적이었던 터키가 극단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극동정책연구소의 소너 카갭테이 터키연구프로그램 소장은 페리 주지사의 발언이 얼토당토 않는다며 "터키의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페리 주지사는 부정확하고 과장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카갭테이 소장은 터키는 시리아 사태 해결에서 서방과 뜻을 함께하는 등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쓰는 동안 나토에 적극 협력했다고 말했다. 또 1980년대 이후 미국 대외원조를 받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페리 주지사는 잇단 말실수로 대선후보 자질논란 시비에 휘말려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시간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자신의 핵심 공약을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같은 달 29일에는 뉴햄프셔주에서 대학생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선거연령(18세)을 음주허용 연령(21세)과 혼동하고, 대선 날짜를 잘못 말하기도 했다. 페리 주지사는 지난 15일 탈레반의 시신에 방뇨한 미 해병대원들의 행위를 "어린애들(kids)의 실수"라며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21일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페리는 공화당 경선후보 5명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