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도, 사회운동가도 아닌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였던 故 여해 강원용 목사 5주기를 기념해 <사이·너머(between & beyond)>가 출간됐다.

대화문화아카데미는 강원용 목사의 삶과 함께 그가 참여했던 현대사의 발자취를 오롯이 담아냈다. 책은 강 목사와 함께 활동한 지인과 후배들의 모금으로 기획·제작됐다.

특히 480여 페이지에 걸쳐 풍성하고 빼곡히 담긴 사진들 중에는 강 목사도 보지 못했던 청년 시절 간도에서의 행적이 나와있어 눈길을 끈다. 용정 은진중 시절 모습을 담은 사진은 간도사료 연구가인 김재홍 씨에 의해 최근에야 발견됐기 때문이다.

책은 ‘1935 북간도 용정, 청년 강원용의 꿈을 심다’, ‘1958 경동교회의 부르심을 받다’, ‘1962 아카데미의 삽을 뜨다’, ‘1974 민주화의 밀알을 뿌리다’, ‘1976 세계 교회의 일치와 평화운동을 이끌다’, ‘1988 민주문화와 창조적인 인간화를 후원하다’, ‘2000 생명과 평화를 위해 나아가다’, ‘2006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등으로 구성했다. 순서만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어령 박사는 출간에 부쳐 “가난한 성직자, 평화주의자, 여성주의자 강원용 목사님,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강한 자에게는 엄중한 비판자였던 목사님, 그의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작은 강원용들에게 부디 이 책이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강원용 목사는 그렇게 성과 속, 하늘과 땅, 이 양극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사이·너머의 길을 가르치고 실천했다”며 “그 때문에 때로는 좌익에서 우익이라 했고 우익에서 좌익이라 했고, 그 중간에 서서 강원용 목사는 외롭고 슬펐다. 그가 남긴 외로움은 이제 우리의 몫”이라고도 했다.

아카데미는 “그는 사랑이 어둠을 이기리라는 믿음을 양손에 들고 생명을 수단으로 삼는 그 어떤 불의와도 맞선 예언자였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가 선진화로 다가갈수록 강원용 목사가 남긴 유산은 그 가치가 점점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강원용 목사가 소망한 미래는 단지 10년이나 20년이 아닌, 신앙의 자기 갱신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그 날까지이며, 인간 회복과 사랑의 완전한 승리까지 불의와 싸우는 ‘지금’ 우리의 모습 안에서 ‘현실화되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자료만을 담은 60여쪽의 장정본 책도 별도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