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어린아이들을 맡아서 신앙교육을 하는 어린이 사역과 청소년 사역이 있습니다. 어린이사역과 청소년사역에 헌신해서 충성스럽게 섬기는 많은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자기 자녀들의 나이에 따라 교사로 섬기다가 그만 두시기도 하지만 교회를 개척하던 초기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을 교사로 섬긴 분들도 계십니다. 십년이 넘은 교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유치원생이었던 아이가 대학을 가서 인사하러 오는 보람에 대해서 듣기도 합니다. 오래 어린아이들을 지도하고 돌보던 교사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체험적인 교훈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복사판이라는 것입니다.

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학교에서 선생님의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단 한 줄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빠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담임선생님이 적어준 평가와 하나도 틀리지 않고 같았다는 것입니다. 사십년이 넘고 나라도 다르고 교육의 환경도 다른데도 불구하고 그 아버지의 선생님과 아들의 선생님은 똑 같은 두 남자 아이를 보신 것입니다.

때로는 교회에서나 교회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당혹시키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평소에 대하던 부모님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한 두 번에 그치지 않고 오랜 세월 지켜보면서 내리는 결론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복사했다는 것입니다. 평소에 타인들은 보지 못한 부모의 행동이나 부모의 말을 가정에서 보고 들은 아이들은 아무런 비판없이 부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옮기는 것입니다.

사용하는 어휘, 말하는 방식, 노는 방식, 아이들과 어울리는 방식,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식, 윗사람을 대하는 방식, 음식 먹는 습관,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방식과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방식, 즐거움을 누리고 표현하는 방식과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방식, 타인의 감정과 아픔에 대한 감수성과 배려하는 자세 등 모든 것이 부모의 복사판입니다. 부모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주의를 주지 않아도, 훈련하지 않아도 부모의 모습 그래도 복제하는 것입니다.

때로 부모가 자식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야단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식의 말과 행동이 사실은 거의 예외없이 부모의 모습을 본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가 어렵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장과정이나 신앙생활 중에서 자녀에게 어려움이 생길 때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을 탓하게 되기 쉽지만 사실은 거의 대부분 부모의 역기능적인 모습을 그대로 닮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초중고등학생 가운데 언어 폭력, 신체 폭력, 성 폭력 등으로 왕따를 당하고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자살하는 학생들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놀랄 일이 아닙니다. 10년 넘게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 중에 가장 인기 있던 연예인들이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 나와서 스스로 즐기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던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은 거의 한결 같이 남을 비꼬고 놀리고 깎아 내리는 언행으로 가득찼습니다. 옆에 앉은 사람에게 면박주고 면박 받은 사람이 기분 나빠하면 아예 끼워주지 않는 것을 보면서 어른들은 즐거워했습니다. 남이 말하는 것을 이리 저리 꼬고 비틀어서 놀리는 언행을 잘하는 사람들이 연예감이 있다고 칭송받으면서 인기가 상승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한 것을 그대로 복사한 것입니다.

아이에게 보이는 모습을 가다듬을 때 한 공동체의 성숙이 이루어지고 한 인격의 성숙이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