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 대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와튼 비즈니스 스쿨에서 인터뷰 약속이 잡혀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차로 1시간 30분 내에 갈 수 있는 거리에다 오후에 한 시간 약속이기 때문에 반나절로도 다녀올 수 있는 일정이었습니다. 인터뷰 일정을 확인한 직원의 아침에 열리는 EMBA 수업 시간에 청강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새벽같이 기차로 떠났습니다. 기차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도착해서 직원에게 청강 안내를 받았습니다. 녹음, 녹화, 노트 필기, 질문이 일절 허용되지 않고 조용히 3시간 수업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리더십, 재무, 회계, 조직 행동 등 다양한 분야의 수업들이 오전에 있었습니다. "조직의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이라는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수업에 들어와 앉는 학생들과 담소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주말에 열리는 EMBA 강의를 듣기 위해서 멀리서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옆 자리에 부부가 앉았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오는 부부였습니다. 부인이 학생이고 남편은 그날 청강하려고 교실에 온 것입니다. 남편은 투자회사에서 개인 투자자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고 아내는 제약회사의 임원이었습니다. 목사라는 소개를 듣고는 반가워하면서 장인이 목사님이라고 합니다.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성경공부도 가르치고 있다고 신앙생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주말에 비행기 요금이 비싸더라도 꼭 토요일 저녁에 돌아가서 주일날 교회에서 섬긴다고 합니다.

목사인데 왜 이 강의를 듣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간단히 배경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공부하다가, 사업도 하다가, 비영리 선교 단체 일도 하다가 다 정리하고 목회의 부르심에 응하게 되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바로 앞 줄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학생이 돌아 앉으면서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버지니아 리치몬드에 온 학생이었습니다. 자신은 반대의 길을 걷는다고 했습니다. 목사의 아들로 신학교를 나오고 몇 년간 목회도 했었다고 합니다. 스스로 목회자가 아니라고 느끼고 법대를 가서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작게 시작한 변호사 사무실이 적지 않은 로펌이 되었고 경영에 대해서 더 훈련받기 위해서 학교에 다닌다고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즐겁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교수님이 들어오시기에 청강을 한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동행한 손님을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잭 리브킨'이라는 노 신사였습니다. 리만브라더스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꼽히는 분이었습니다. 그날의 수업은 잭 리브킨의 경영사례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리만브라더스에서 가장 약한 회사에 들어가서 단 2년만에 수십배의 성장을 일구어 내었는지 그 배경을 읽고 토론을 하는 수업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시간은 잭 리브킨 본인이 직접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리브킨씨가 처음으로 도입한 "노 저크 팔러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토론을 했습니다. 동료들과 팀 워크를 해치는 스타일, 습관, 태도를 가진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고용하지 않고 그런 사람은 가차없이 해고한다는 원칙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리브킨 씨를 만났습니다. 그 분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노 저크 팔러시를 적용할 수 없는 분야에서 일합니다." 눈이 동그래져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교회라고 말했더니 큰 화장실이 울리도록 한참을 크게 웃었습니다.

오후에 인터뷰를 마치고 기차역으로 가기 전에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교우 자녀를 불러내서 격려하고 기도해 주었습니다. 어디를 가도 증거하고, 간증하고, 격려하고, 배우고, 목회할 기회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