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의 죽음에 오열하는 것은 진심일까.

워싱턴포스트는 20일 “절대적 고립 속에 놓여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친애하는 지도자’는 날씨나 달과 같이 항상 곁에 있는 존재로, 그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통곡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매체들은 탈북자 등의 증언을 통해 “조작된 것”이라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북한내자유를위한연합(Liberty in North Korea, 이하 LiNK)에 연락한 탈북자들의 대부분은 “북한 주민들의 눈물은 강요에 의한 억지 눈물”이라고 주장한다.

탈북자 신종욱 씨(가명, 20세)는 “북한 주민들은 슬픔을 가장하고 있다. 많은 업적을 세웠다며 추앙받았던 김일성의 죽음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일 것”이라며 “김정일 통치 시대는 상황이 훨씬 어려웠고, 이로 인해 주민들이 외부 세상에 눈을 뜨고 북한 정권의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는 슬퍼하는 척해도 속은 다르다. 슬픔을 표현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북자 남금숙 씨(가명)와 강보희 씨(가명)도 “북한에서는 지도자가 죽었을 때 울지 않으면 평생 반동분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고 증언했다.

한 탈북자는 오픈도어선교회를 통해 “김일성 동상 앞에 아무런 느낌 없이 서 있다가, 처벌받지 않기 위해 억지 눈물을 짜내야 했다. 나오지 않는 눈물을 흘리기 위해 바늘을 가지고 가 몸을 강하게 찔렀다”고 회고하며 “동영상에서 평양 주민들이 우는 모습은 모두 연기”라고 말했다.

또 중국 인터넷에서는 북한에 출장을 다녀온 남성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이 남성은 글에서 “김정일 사망 발표 당시 열차를 타고 있었는데, 다수의 외국인이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로 하차당했다. 나는 앞칸에서 다른 손님이 끌려 내려가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흉내내 큰소리로 울부짖은 덕에 간신히 열차에 남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한편 독재 체제 유지를 위해 북한 주민들이 겪을 고통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탈북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LiNK에 증언한 탈북자 박윤주 씨(가명, 31세)는 “나는 김정일의 죽음이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 다만 지도자가 바뀌면서 강화될 체제 아래 고통받을 가족들이 더 걱정”이라며 “장마당은 닫혔고 정치적 목적의 행사들이 줄줄이 계획돼 있다. 주민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